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고용노동부는 6일 오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장관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2018년 도입한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나왔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며, 선택권과 건강권을 중시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기업이 포괄임금 방식을 오남용해 여전히 장시간 근로와 공짜 야근이 존재하는 부작용이 남았다.
고용노동부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 5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해 12월 ’근로시간 개혁과제’를 권고했다. 이후 간담회, 토론회,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고 권고문 취지를 존중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했다.
개편 핵심은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 근로자에게는 주4일제, 안식월, 시차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를 이용하게 해주고, 기업은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을 기대한다.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주 52시간제를 현실에 맞게 적용하도록 돕는다. 또 남성 중심 근로, 전일제 근로에서 벗어나, 더 많은 여성과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해 기업 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편의 네 가지 원칙은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이다.
먼저 근로시간 선택권이 확대된다. 지난 70년 동안 근로시간이 곧 성과가 되는 주 단위 상한 규제 중심의 근로 제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대신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단위기간 비례 연장근로 총량은 감축한다. 이 같은 근로조건 결정에 근로자 의사가 반영되도록 근로자대표를 제도화하고, 근로시간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관리할 방안을 마련한다.
근로자 건강권은 더 강하게 보호된다.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으로 휴식하거나 주 64시간 근무를 넘지 않게 하고,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산재 인정 기준) 준수하도록 한다. 관리 단위에 비례한 연장 근로 시간 총량을 감축하는 걸 의무화한다. 정확한 근로시간을 토대로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포괄임금·고정수당 오남용 근절을 포함한 종합 대책도 이번달 발표된다.
휴가 사용이 더 활성화된다. 연장근로를 하면 휴가 사용이 금전보상(가산수당, 미사용 연차보상)과 연계되는 현행 보상휴가제와 달리, 앞으로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개편해 저축한 연장근로를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자녀 등·하원, 병원 진료 시 시간 단위 휴가, 징검다리 연휴 단체 휴가, 10일 이상의 장기휴가도 적극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유연한 근무방식이 가능하게 된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 1개월, 연구개발 3개월에서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된다.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본인에 대한 선택 근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도입된다.
개편안 중 입법 사항은 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40일 동안 입법예고를 시작한다. 고용노동부는 “개편안이 의도한 성과를 내려면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 한다”라며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해 나가면서 세 원칙이 산업 현장에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끊임없이 노·사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