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에서도 의무휴업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노원구청은 지난 1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 간 대형마트 3사에 의무휴업 평일 변경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의무휴업 전환에 대한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서였다.
17일 노원구청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에 대형마트와 중소상인을 대상으로 한 의무휴업 평일 변경 설문지를 노원구 관내 대형마트 각 지점에 돌렸다. 본사 측에 메일도 보냈고 설문지도 직접 갖다 드렸다”면서 “마트 3사에서 처음엔 설문을 해준다고 했지만 이후 의견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노원구청은 각 지점에 설문지 2000여건과 협조 공문을 건내며 2~3일 내로 수거해가겠다고 구두로 전달했다. 이후 제출 기간에 지점을 방문했으나 구청은 설문지 수거를 하지 못했다. 당초 의견과 달리 지점은 "협조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설문을 조사할 당시 대구에서 한창 의무휴업 문제가 불거진 시기”라며 “사실상 의견 수렴에 불과하고 행정 조치가 아닌 현황만 파악하려고 한 건데 본사에선 불응했고 결국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마트 3사가 모두 설문에 응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관련 조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아직 노원구 이외 타 자치구에선 설문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본사에서 처음부터 설문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노원구청의 요청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설문에 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이마트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타사들도 이에 동참했다는 전언이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마트 본사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와 결국 설문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고, 마트 3사 노동자 의견도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설문이 진행되지 못한 데에는 본사의 어떤 외압이 있지 않았겠냐”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 3사는 “설문 요청을 받은 건 맞지만 설문 자체를 하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점장이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노조 직원도 있을 수 있어 갈등 요소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시민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시나 구청 차원에서 설문을 해주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그래도 노조랑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점장이 직접 조사를 한다고 하면 기름을 붓는 꼴”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나서게 되면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특정 점포를 대상으로 설문 결과가 나오면 마치 대표성이 있을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극에 달하고 있다. 마트노조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는 1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본부는 “대구와 청주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변경하려 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할 조짐이 보인다”면서 “의무휴업 관련 이해당사자에 소비자단체, 주민단체는 있지만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트 노동자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 시군구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변경을 반대하는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