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사죄 요구는 없고 되레 우리가 잘못해서 식민지 당했다는 식민 사관을 드러내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일련의 흐름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2일 서울 숙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김 실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실장과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제3자 변제 안, 역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거래한 것”
- 6일 강제 동원에 대한 2018년 대법원판결에 대해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고 16일엔 한일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일련의 흐름 어떻게 보세요?
“가장 중요한 건 대법원판결을 한국 정부가 무시하고 결국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평생에 걸쳐서 자기가 투쟁으로 이룬 역사적인 성과인 인권 회복 그리고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위한 투쟁을 국가가 나서서 뒤엎으려 한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죠. 이건 역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뒤바꿔버린 거래한 거죠.”
- 아마 정부 생각은 일본이 아무것도 안 하는데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돈 주는 게 낫지, 이렇게 하다 피해자들이 돌아가시면 방법 없지 않냐는 것 같은데.
“근데 문제가 이건 대법원판결이라는 거예요. 판결 이행하지 않고 법 안 지킨 건 누구냐면 일본 기업이고 일본 정부가 거기에 압력 넣고 있는 거잖아요. 그럴 경우 어떻게 되냐면 판결 이행하지 않는 거에 대해서 판결을 이행시키면 되거든요. 일본이 돈 안 준다면 현금화시켜서 돈 주면 되거든요.”
- 현금화라는 게 어떤 건가요?
“일본 제철과 미쓰비시가 손해배상 안 하죠. 그 사람들이 한국 내에 가진 재산이 있어요. 그걸 압류를 해놓은 게 있어요. 돈을 주지 않으니까 그걸 팔아 피해자들한테 주면 되거든요. 문제는 뭐냐면 만약 그렇게 현금화가 되면 한일 관계가 파탄이 난다고 일본이 계속 협박했거든요. 그런데 그건 이번뿐만 아니고 2012년 5월 24일에 대법원판결이 났을 때도 일본이 그렇게 협박한 거예요.”
- 국민의힘에서는 이게 문희상 안이라고 하잖아요.
“문희상 안과 기본적으로 달라요. 왜냐하면 문희상 안은 기본적으로 2+2안이라고 해서 한국의 변호사들하고 일본 강제 동원 소송 지원해 오신 변호사들하고 같이 제안하기도 한 건데 한일 양국의 정부와 기업이 돈을 다 내고 거기엔 가해 기업도 참여하죠. 근데 결정적인 문제는 문희상 의장이 발표할 때 피해자들하고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거기에 화해와치유재단 기금 쓴다는 게 들어가 있었어요. 그것도 피해자들과 전혀 상의도 없이요. 그래서 저희가 반발한 거죠.”
“2018년 대법원판결은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위자료”
- 20일인가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말이 노무현 대통령도 이렇게 했는데 왜 반대하냐는 거죠.
“그 사람이 기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노무현 정부 때 준 건 뭐냐 하면 1965년 청구권 협정 때 우리나라가 받은 청구권 자금 있잖아요. 이분들이 강제 동원에 갔지만 돈 못 받은 게 조금 들어가 있으므로 거기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이 피해자들한테 특별법 만들어서 돈을 준 거거든요. 근데 대법원판결은 뭐냐면 이분들이 받아야 되는 임금이 아니고 식민지 불법성 그리고 침략 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지른 위자료예요. 그러니까 65년 청구권 협정에 개인 청구권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근데 그걸 마치 섞어서 돈을 한 번 주고 두 번 주고 줬는데 또 달라고 그러냐는 식으로 얘기하잖아요. 그건 대법원판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죠.”
- 문제는 일본이 식민지 불법성 인정 안 하려는 것 같거든요.
“근본적인 문제는 거기에 있죠. 일본은 그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반발하는 거거든요. 근데 거기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 앞에서 2018년 대법원판결이 한국 정부의 해석과 다른 판결 내려졌다고 얘기했잖아요.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한국이 국제법 위반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논리를 그대로 따른 거거든요. 그게 제일 심각한 거예요. 기본적으로 일본이 불법한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대법원판결에서는 인정했잖아요. 그럼, 일본에 요구해야 되는 거예요.”
- 98년에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있었잖아요. 거기에 아마 통렬한 반성이란 문구가 있었던 거로 알거든요. 그럼 통렬한 반성에 식민지 불법성에 대한 게 아닌가요?
“식민지의 불법성을 인정했다기보다 자기네가 지배한 건 미안하다고 얘기한 거죠. 그걸 불법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런데 식민지의 불법성을 우리나라의 최고 사법기관에서 명확하게 한 거죠.
65년 청구권 협정 때 한국하고 일본 정부는 정치적으로 타협하기 위해서 그 문제를 애매하게 하고 넘어갔단 말이에요. 그 부분에 관해서 우리나라 대법원이 판결해 식민 지배가 불법적이라고 내린 게 이 판결에 제일 큰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것은 우리나라가 그냥 내린 판결이 아니고 2001년에 남아프리카 더반이라는 데서 인종 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회의가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발표된 게 더반 선언이라고 그러는데 그것이 뭐냐 하면 과거에 제국주의 국가가 식민지 지배해서 한 그런 노예 노동이나 식민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선언했어요.
현재 보면 알겠지만,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면서 서양 제국에서 콜럼버스 동상이 무너지고 유럽에서 제국주의 침략한 사람들 동상이 무너지고 있잖아요. 그게 뭐냐면 세계에 걸쳐서 그런 식민지주의의 극복이라는 세계사적인 흐름이 있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판결은 대단히 획기적인 것이거든요. 근데 그런 걸 전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 앞에서 이 판결이 잘못됐다고 부정한 것이 제일 심각한 문제죠.”
- 2015년 말에 위안부 합의가 있었잖아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떨까요?
“2015년에 위안부 합의 때도 미국의 웬디 셔먼이라는 사람이 ‘과거사 문제 빨리 해결하라. 그렇게 민족주의적 감정에 휘둘러서 더 이상 사죄 같은 거 요구하면 안 된다’는 식의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도 사실 미국의 압력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도 이 합의가 난 걸 봤을 때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그리고 주한 미 대사가 일요일 밤인데도 성명 냈어요. 그리고 토니 블링컨 장관이 뭐라고 그랬냐면 자신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힘쓴 효과가 있어서 대단히 기쁘다고 얘기했거든요. 미국이 사실 빨리 한일 관계 개선하라고 압력 넣은 거죠. 그런 구조는 같아요. 그리고 과거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바꿔치기한 거잖아요. 그것도 같아요.
하나 다른 게 있냐면 그때는 그나마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시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총리가 직접 얘기하진 않았지만, 위안부라는 문제에 대해서 사죄의 뜻을 표명한다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어느 누구도 그걸 사죄라고 받아들이지 않지만요. 그러나 이번 같은 경우 더 심각한 부분이 기본적으로 어떤 사실인정도 없었고 사죄라는 것도 없었고 배상의 형식도 결국에는 일본의 책임을 완전하게 면책시켜준 거잖아요. 그리고 이건 합의가 아니고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더 심각한 거죠.”
“윤석열, 나라 팔아먹었다고 해도 이상한 말 아냐”
- 지난주 한일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셨어요?
“누구는 망국 외교라고 그러고 누구는 매국 외교라고 그러고 저희는 굴욕 외교라고 그러고 또 어떤 분은 자폭 외교라고까지 그러더라고요. 근데 다른 것보다도 일정을 정해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한 거란 말이에요. 심지어는 보수적인 일본 전문가들도 지금 하면 안 되니 서두르지 말라고 얘기했고 일본이 4월에 선거가 있거든요. 점점 뒤로 가면 갈수록 양보할 여지가 없으니까 엄청 서둘러서 한 것 같은데 지금 결과를 보세요. 일본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외교적 참사라고 할 수 있죠.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해도 사실은 이상한 말이 아니고요. 거기다가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그다음에 앞으로 후쿠시마 문제 계속 나올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0:100이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출발부터 잘못돼 있던 게 한국이 1월 12일에 국회에서 토론회 할 때 졸속 토론회로 2시간 만에 끝났는데 안을 발표해 버렸잖아요. 그리고 거기에 고려대 박홍규 교수라는 사람이 나왔는데 문희상 안 만든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이 뭐라 했냐면 ‘일본에 더 이상 사죄 받을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정부가 한국 정부가 돈 드리겠다고 발표를 미리 해버렸어요. 그리고서 일본하고 협상하잖아요. 그럼, 일본이 들어주겠어요. 안 들어주겠어요? 안 들어주잖아요. 빨리 해결해야 되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거든요. 그런데 자기들이 일본 설득에 실패했잖아요. 그럼 사과해야 돼요. 근데 그게 아니고 자기네들이 마치 성과가 있다고 얘기하잖아요.”
-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기업에 구상권 청구 안 한다고 하던데.
“무책임한 발언이죠. 정권이 4년 있으면 끝나요. 근데 구상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에요.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인 데다가 피해자의 권리 실현을 가로막은 거죠. 자기가 어떤 권한으로 행정부의 대통령이 피해자의 개인의 권리를 막을 수가 있느냐죠. 못 막아요. 대통령 바뀐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무책임한 발언을 또 난발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나중에 바뀌어서 구상권 청구하게 된다면 일본은 ‘한국은 또 거짓말하지 않느냐. 골대를 옮겼다’는 식으로 또 비판할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 정부가 대통령이 일본 총리 앞에서 그런 얘기를 무책임하게 지껄여서 일본과 외교 할 때 여지를 대단히 축소시킨 것도 있고요. 가장 문제는 개인의 권리 실현을 대통령이 나서서 막겠다고 선언한 거니까 엄청나게 심각한 거죠.”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겐 과거 아닌 현재 문제”
- 대통령실 입장은 일본이 사과할 만큼 했다면서 과거사에 발목 잡히지 말고 안보도 위험하니 일본과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래와 저희가 생각하는 미래가 달라요. 안보 협력이라고 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결하고 갈등하는 데 미일 편에 줄 서겠다는 거잖아요. 한반도를 전쟁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거예요. 협력해야 되는 건 일본하고 미국이 아니고 북한과 대화를 해야죠. 중국과 러시아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죠.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 문제는 뭐냐면 이게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 이태원 참사당한 피해자들이 제일 요구하시는 건 뭐예요. 대통령의 사과잖아요. 마찬가지죠. 권력자들 입장에서는 자기 문제가 아니니까 과거의 문제라고 얘기하겠지만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 김성주 할머니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있어서는 현재의 문제예요. 근데 마치 이 사람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잖아요. 이건 100년이 지나고 200년이 지나도 사죄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런 거 생각할 때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 윤 대통령의 생각은 국제정세가 변하니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 같아요.
“근데 그렇게 국제 정세가 변하는 데에 대한 판단도 저는 잘못된 것으로 생각할뿐더러 적과 아군을 나눠서 북중러 한중일 싸우자고 하는 건 전쟁 위기에 빠뜨린다고 생각하는 위험성도 있고요. 또 기본적으로 그렇다고 해서 이런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국가가 마음대로 실현 못 하게 막아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18년 대법원판결은 피해자들만이 이긴 게 아니에요. 이게 일본에서 소송 시작해서 일본의 시민들이 도와줬고 일본 변호사들도 도와줬고 이게 어떻게 보면 한국하고 일본의 시민들이 같이 이루어낸 성과예요. 그분들이 왜 그걸 했느냐면 두 번 다시 일본이 전쟁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분들도 어떻게 보면 전쟁 피해자거든요. 그런 마음에서 평화헌법도 지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를 풀어야 이걸 해결해야 된다는 게 일본 시민들의 염원이라서 같이 연대해 온 건데 이분들의 생각을 무시하고 다시 일본이 전쟁하는 나라로 갈 수 있는데 협력하겠다는 거였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결국 동아시아 전체 시민들한테도 잘못된 선택이라고 하는 거죠.”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세요?
“기본적으로 이 판결 이행해야 되는 거예요. 적어도 이춘식 양금덕 김성주 세 분의 생존자는 그런 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셨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법적으로도 내용 증명도 보냈어요. 그러니까 이 판결 이행하도록 저희가 계속해서 요구할 거죠.”
- 어떻게요?
“대법원을 압박할 거예요. 대법원을 압박해서 빨리 현금화 판결을 하라고 얘기를 하고 또 하나는 소송 못한 피해자들도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특별법 만든다고 정부에서도 얘기하고 있는데 또 그분들은 또 그분들 나름대로 특별법을 만들어서 이분들의 피해자 권리 구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고 또 하나는 일본에 사죄 배상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싸워야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이 문제는 단순히 한일 간의 역사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회복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투쟁입니다. 이 문제에 뜻을 같이하는 일본 시민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그분들하고 계속 같이 연대해서 피해자의 인권 존엄 회복 그리고 우리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함께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27일 기사로 ‘이영광의 간(間)보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이영광의 간(間)보기’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