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작가의 작품세계에는 미술사적으로 한국 단색화의 방법론, 해부학적으로는 피부, 철학적 관점으로는 정신분석학자 디디에 앙지외의‘피부 자아’이론이 내재되어있다.
앙지외의 ‘피부 자아’는 피부처럼 자아를 감싸고 있는 막의 존재를 정신적 이미지로 본 개념이다. 손 작가는 이 개념을 단색조의 그림 표면에 접목시켜 재료의 투과성, 투명도 그리고 농도차이를 통해 실험적 작품을 만들어냈다. 막과 결, 톤은 자아와 세상의 경계와 같다. 작가는 작품에서 바람과 살갗이 호응하는 파동까지도 담아내고 있다.
손 작가는 “다양한 천에 물감 층을 얹고 마르기 전에 다시 색을 올리고 또 씻어내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독특한 표면 위의 질감이 다채롭게 드러난다”며“결과적으로 안료가 침투해 표면에 번진 조형적 표현과 빛이 새어 나온 듯 배어나온 얼룩이 공존하는 표면 효과가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