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좋아지는 음료·약? “그런 건 없어요”

집중력 좋아지는 음료·약? “그런 건 없어요”

ADHD 약물 처방 2017년 3만건→2021년 7만건…강남 최다
강남 마약음료 사건서도 ‘메가 ADHD’ 문구로 유혹
전문가들 “오히려 부작용 우려…공감 능력 등 저하”

기사승인 2023-04-07 06:05:01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의 한 장면. 학원 수업 도중 갑자기 한 학생이 쓰러진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 복용했던 ‘ADHD 치료제’ 부작용 때문이다.   tvN

“애들이 집중력 높인다고 먹는 약이 있는데, 원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거든요. 막상 집중력에도 별 효과 없는 거 같던데. 근데도 너무 불안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해 초 방영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학원 수업 도중 갑자기 쓰러진 학생을 두고 나온 대사 중 일부다. 

극 중 학교 교사가 “애들이 별걸 다 먹어. 에너지 드링크, 고카페인 음료에, 그런 치료제까지. 학교에서는 자제해달라고 공문까지 보냈는데”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ADHD 치료제는 이미 오래 전 치열한 사교육 현장에서 학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일명 ‘집중력을 높이는 약’ 혹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2년 일부 매체는 ADHD 치료제가 학부모 사이에서 ‘시험 잘 보게 하는 약’으로 소문이 났다며 무분별한 복용은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룬 바 있다.   

ADHD 치료제에 대한 우려는 최근까지 이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ADHD 약물 처방 실태’에 따르면, 2021년 ADHD 약물을 처방받은 사람은 7만9037명으로 2017년 3만7308명 보다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 6403명(8.8%), 강남 6324명(8.7%), 노원 4661명(6.4%), 서초 4345명(6.0%) 순으로 처방률이 높게 나타났다. 강남구 지역만 3군데가 포함됐다. 특히 처방 비중은 40%를 넘긴 10대 환자에서 두드러졌다. 

최근 포털사이트의 한 맘카페에서는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도통 공부에 집중을 못해 얼마 전에 병원에 가서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타왔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분당에 거주한다는 한 고등학생 엄마는 또 다른 글에서 “총명탕, 영양제, 에너지 드링크 등 집중력에 좋다는 제품은 다 먹여본 것 같다”며 “강남에서는 ADHD 약을 먹는 학생도 있다던데 진짜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급기야 지난 5일 서울 강남 일대 학원가에서는 ‘기억력·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라며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담긴 음료수를 건넨 일당이 붙잡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음료에 있던 문구는 ‘메가 ADHD’였다. 

ADHD 치료제, 정말 효과 있나…“오히려 집중력 저하 위험”

대표적 ADHD 치료제는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라는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해당 약물은 뇌의 집중과 충동을 조절하는 영역을 활성화시켜 뇌가 깨어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암페타민, 아프라졸람 등 비슷한 기전의 약물들이 존재한다.

한 마디로 이 같은 약물은 정상인에게 별 다른 효과가 없다. 정상적인 뇌 활동을 자극하면 오히려 불안, 두근거림,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드물게 환각, 망상 등의 정신과적 증상과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인한 돌연사, 심리적 의존성(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의 리저 웨이언트 심리학 교수 연구팀이 2018년 진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ADHD 각성제는 시험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리어 단기 기억을 떨어뜨렸다. 

연구팀은 “이 약은 신경 활동이 정상적인 사람의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지 못 할 뿐 아니라 손상시킬 위험을 갖는다”면서 “심하면 심장 건강도 해칠 수 있다”고 전했다. 

ADHD 진단과 처방이 뇌파 등에 대한 적절한 검사 없이 가볍게 이뤄지는 점이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ADHD 치료제는 뇌 속 ‘카테콜아민’ 호르몬을 높이는 약으로, 사람을 전투 모드로 바꿀 수 있다”며 “실제 환자가 복용하더라도 집중력을 잠깐 올릴 뿐 공감 능력, 주변 자극은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얻는 만큼 잃는 것이 많은 약이지만, 현재 ADHD 진단 시스템이 구식이라 개인이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거나 집중력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만 하면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용 마약류 ADHD 치료제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불법 사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현장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의 오남용 인식 개선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집중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교육부와 협업을 통해 학생을 대상으로 폐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학부모 등을 상대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메타버스, 가상현실 같은 기술을 활용한 체감형 콘텐츠를 적용할 계획이다.

“고카페인 음료·건강기능식품도 주의해야” 

집중력을 강화시킨다는 각종 고카페인 음료나 건강기능식품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정신력, 집중력을 키워준다는 기능을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될 뿐이다.  

고카페인 음료란 100ml당 카페인 15mg 이상을 함유한 음료를 말한다. 몸무게가 60kg인 청소년의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 권고량은 150mg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고카페인 음료는 한 캔(250~355ml)에 60~1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2캔만 마셔도 ‘과다 섭취’인 셈이다. 카페인이 몸속에 많이 들어가면 가슴 두근거림, 수면부족, 속쓰림, 손떨림 등을 겪을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효능도 신뢰하기 어렵다. 2021년 식약처는 ‘수험생 집중력에 효과가 있다’라고 거짓·과장 광고한 식품 194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기능성 측면에서 인지 능력 개선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은 있지만, 집중력 강화·향상을 이끌어낸 제품은 없다”며 “‘집중력’이란 문구를 담아 사용한 식품이나 음료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