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어버이날을 다가오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건강관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면역 강화 효과가 있는 건기식 등이 효도상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부모가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2위에 건강기능식품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등 병력이 있는 부모에게는 아무 제품이나 선물할 수 없는 일. 특히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건기식 성분이 약 효과를 방해하거나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어 신경을 써야 한다. 쿠키뉴스는 어버이날을 맞아 주요 질환별 ‘주의’해야 할 건기식 성분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나라 정보망과 전문가를 통해 알아봤다.
고혈압 - ‘홍삼·인삼’ ‘오메가3’ ‘요오드’ ‘칼륨’ ‘코엔자임10’
혈압약은 체내 나트륨 수치를 낮추고, 칼륨 수치를 높이는 작용을 해 심장 박동 수나 심장의 수축력을 낮추기도 한다. 이때 요오드나 칼륨이 더해지면 체내 칼륨 수치가 높아져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코엔자임10의 경우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기능성 제품으로 알려지는데, 혈압약과 복용할 경우 그 효과가 더 강해져 급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고지혈증 등 이상지질혈증에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 ‘홍삼·인삼’ ‘글루코사민’ ‘밀크씨슬’
홍삼과 인삼에 포함된 진세노이드라는 성분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약과 함께 먹으면 저혈당이 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약을 먹지 않는 경우에도 쓴 맛을 잡고자 넣은 당분 함량에 의해 혈당이 올라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글루코사민은 주로 당과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당 수치를 높일 수 있다.
간 기능 개선제로 복용하는 밀크씨슬은 인슐린 민감성을 증가시켜 당뇨약과 함께하면 시너지가 생기면서 저혈당이 올 수 있다. 또한 밀크시슬은 약 분해 속도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따로 먹는 것이 좋다.
간질환 - ‘비타민A’ ‘카테킨·가르시니아’
간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되는데, 대부분의 만성 간질환은 유발 원인이 뚜렷하다. 만성 B형, C형 간염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간염 치료가 중요하며 알코올 간질환은 금주,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이 원인이 된다. 간은 대부분의 약을 대사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간질환이 있을 경우 사실 건기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주의해야 할 성분은 비타민A다. 과일이나 야채가 아닌 건기식 섭취로 얻는 비타민A는 대개 동물성이다. 비타민A는 지용성으로, 분해가 되더라도 간에 남기 때문에 독이 될 수 있다. 카테킨이나 가르시니아도 마찬가지다. 녹차 추출물에 주로 들어있는 카테킨은 다량 섭취 시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가르시니아도 간 독성 유발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장질환 - ‘비타민C·D’ ‘단백질 보충제’ ‘칼슘’
대사된 약물 찌꺼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신장. 신장이 망가지면 몸 안의 체액, 혈액량에 문제가 생겨 부종, 심혈관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간질환과 마찬가지로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비타민C는 적당량을 복용하면 괜찮지만 중복해서 다량 섭취하게 되면 요로결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단백질 보충제는 분해 후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데, 신장 기능이 약해 노폐물이 쌓일 경우 독성이 올 수 있다. 칼슘·비타민D 복합제는 장기 투여에 의해 고칼슘혈증, 결석증 등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과칼슘혈증 환자, 신장질환 환자 등에게 금기된다.
전문가들 “약 복용 중이라면 건기식보단 생활습관 개선을”
의료·영양 전문가들은 질환이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건기식을 먹지 않는 것이 낫다고 권했다. 건강한 사람은 건기식을 통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환자는 의약품 병용으로 인해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건기식을 이용하는 것보다 수면, 음식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건강 개선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원혁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현대는 영양 공급 과잉 시대다. 아무리 이로운 음식이나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평소 운동을 하지 않고 과잉 공급된 상태라면 결과적으로 인체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며 “좋은 건기식을 찾기보다는 평소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정 칼로리의 식습관이 중요하며,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정현 서울대병원 급식영양과장은 “특히 기능성 건기식은 약과 병용할 때 그 효과를 배로 높이거나 떨어뜨릴 수 있다.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가급적 건기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 후 구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건기식을 고를 때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기능별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해당 사이트는 신체 부위별 기능을 개선시켜 줄 수 있는 성분명을 자세히 기입해 놨다. 정부가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한 정식 제품인지 구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