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를 가진 자가 권력을 잡는다. 오는 12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는 사막화된 지구에서 산소를 중심으로 계급 격차가 심해진 근미래를 그린다. 산소를 가진 대기업과 산소를 나르는 택배기사, 산소 없는 곳에 억눌린 난민들이 뒤엉킨 세상. 10일 서울 문래동3가 프로보크서울에서 만난 배우들은 “대본에 담긴 세계관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다”고 입을 모았다.
“난민 출신 택배기사, 그 아픔을 떠올리려 했다”
배우 김우빈이 연기하는 주인공 5-8은 산소와 생필품을 나르는 택배기사다. 헌터들의 공격을 뚫어야 하는 택배기사 가운데서도 가장 강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블랙나이트(검은 기사). 동명 원작을 각색해 드라마로 완성한 조의석 감독은 “밤이 되면 5-8을 중심으로 택배기사 11명이 모여 난민을 보호하고 생필품을 나눠준다. 일종의 자경단”이라고 귀띔했다. 5-8 자신도 난민 출신이다. 김우빈은 “5-8로 지내는 동안, 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림 받고 아픔을 겪는 이들을 떠올리려고 했다”면서 “액션 연기를 할 때도 세상을 향한 분노가 동작에 투영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액션 괴물이 돼라”
난민 사월(강유석)은 이런 5-8을 동경해 그를 역할모델로 삼은 인물이다. 2018년 OCN ‘신의 퀴즈: 리부트’로 데뷔한 젊은 배우 강유석이 오디션을 거쳐 사월 역할을 따냈다. 조 감독은 “대화할 땐 차분하다가도 연기를 하면 확 바뀌는 강유석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감독은 첫 촬영을 앞둔 강유석에게 ‘액션 괴물이 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강유석은 “처음엔 재밌겠다고 생각했지만 액션 훈련을 거듭할수록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그는 3개월간 액션 스쿨에 다니며 기초 체력 훈련부터 액션 합 맞추기까지 스스로 단련했다. 액션 연기에 공 들이기는 배우 이솜도 마찬가지. 군 정보사 소령 설아를 맡은 그는 “작품에서 총을 자주 잡았다. ‘총잡이솜’으로 불러달라”며 웃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모두가 평등하게”
작품은 가상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계급 격차와 난민 등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화두로 제시한다. 조 감독은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늘 있다. 그런 마음이 작품에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차별이 필요하다고 믿는 천명그룹 대표 류석 역의 배우 송승헌은 “인물들 사이 대립과 갈등에 집중해서 봐달라”고 청했다. 그는 “류석은 새롭게 생긴 질서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지배하려는 인물”이라며 “악역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에게도 나름대로 신념이 있다. 그의 신념과 목표를 들여다보면 마냥 나쁜 놈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