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습니다.”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내한해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 심포지엄에 참가해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옥스퍼드대 인구학 교수와 케임브리지 세인트 존스 칼리지 학장을 지내며 40년 이상 인구 문제를 연구한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이다.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현실을 일깨운 바 있다.
콜먼 교수는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인데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포괄적 복지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콜먼 교수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낮은 합계출산율의 원인으로 △가부장적 가족주의 △과도한 업무문화 △경쟁 중심의 과열된 교육환경 △낮은 양성평등지수 △보편적이지 않은 동거문화와 비혼출산에 대한 폐쇄성 등 공통된 문화를 들었다.
콜먼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의 종말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현재의 인구 추세가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오는 2750년 국가소멸에 위기에 처할 것이며, 일본인은 3000년까지 모두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에 달하는 출산장려 예산을 썼지만 이 같은 금전적 지원 정책은 효과가 있더라도 일시적”이라며 “노동 인구 유지를 위한 이민정책 또한 제한적인 해결책”이라고 짚었다. 또한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일관된 복지정책을 시행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조했다.
콜먼 교수는 출산과 양육에 친화적인 문화 조성을 위한 기업의 역할도 주문했다. 콜먼 교수는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더 많은 시간을 안심하고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하며 고용 안정, 직장의 보육 지원, 정시 퇴근문화, 가족친화적인 업무문화를 기업이 앞장서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콜먼 교수는 18일 15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관 B동에서 ‘국제 사례로 보는 인구 문제 : 우리나라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인구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