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현대판 노예’ 4위 불명예…인권단체 ‘엑스포 정신’ 우려

사우디, ‘현대판 노예’ 4위 불명예…인권단체 ‘엑스포 정신’ 우려

2023 세계노예지수 4위…노예 허용국 근소한 격차
인권운동가·언론인 등 인권침해 우려 심각

기사승인 2023-05-25 16:09:52
지난 해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보육원에서 경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여성을 구타하고 있다.   ALQST 트위터 갈무리

2030 엑스포 유치전이 불붙는 가운데 ‘현대판 노예’ 지수에서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최상위권인 1위와 4위를 하면서 인권문제가 다시 지적받았다.

호주 인권 단체 워크프리재단이 25일 발간한 ‘2023 세계노예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노예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 1위는 북한으로 인구 1000명 당 104.6명으로 집계했다.

뒤이어 에리트레아(90.3명)와 모리타니(32.0명), 사우디아라비아(21.3명), 튀르키예(15.6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모리타니가는 전 세계 마지막 노예 허용국가로 알려졌다.

‘현대판 노예’는 위험과 폭력 강압, 속임수에 의해 착취 상황을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현대판 노예가 당하는 위협으로는 강제 노동과 결혼, 성매매 강요, 아동 인신매매 등이 있다.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의 노예지수는 경제 상황과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기구(IMF)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이 33위로 사우디아라비아가 38위로 5계단 정도의 차이만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침해 사례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2년 여성 권리를 주장한 트위터를 올렸다는 이유로 살마 알 셰하브에게 징역 34년을 선고했다. 같은 해 경찰복과 사복을 입은 남성들이 보육원에서 여성들을 집단구타 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여성의 운전허용을 요구한 인권운동가에게 징역 5년 8개월을 내리기도 했다. 2018년에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이었던 자말 까슈끄지를 튀르키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했다.

엑스포는 엑스포지션(exposition)의 약어로 문화와 경제, 기술 발전 과정과 미래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종합박람회다. 이 행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행사로 평가받는다.

세계박람회기구(BIE)의 협약을 살펴보면 엑스포는 인류의 노력으로 성취된 발전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전시라고 규정돼 있다. 

엑스포는 일반시민의 교육, 국가, 기업 혁신과 협력 촉진을 위한 글로벌 대화의 장이다. 또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교육해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성인권을 SNS에 작성했다는 이유로 징역34년형을 선고받은 살마 알 셰하브를 석방하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현대판 노예’와 ‘무너진 여성인권’ 등은 개최정신과 다르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UN 전문가는 엑스포 참여 기업의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권단체 12곳도 뜻을 모아 2030 엑스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개최국 후보에서 제외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엑스포 개최는 엑스포 정신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이유다.

아울러 국제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도 사우디아라비아 2022 보고서에서 인권 활동가 구금과 사형선고, 불공정한 재판, 강제퇴거, 이민자·여성의 권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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