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만능키인가 [임성은 원장의 혁신 이야기] 

전기차는 만능키인가 [임성은 원장의 혁신 이야기] 

글‧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기사승인 2023-06-05 07:59:01

전기차가 궁극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한국전력발(發) 전기요금 논란은 이런 의문을 품게 한다. 전기요금 인상의 불똥은 전기차로 옮아갈 게 자명하다. 화재 위험성과 충전의 불편함 등의 한계를 무릅쓰고 전기차를 구매하고 이용하는 이유는 충전 요금이 저렴하다는 매력에 있다. 전기료가 오르면 이 전제에 금이 가고, 소비자들의 손에서 떠나는 것은 전기차에 대한 믿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가 인기를 끈 이유는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전기 생산이 비교적 원활하고, 매우 저렴한 전기요금 체계를 유지한 덕이 크다. 한전의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 논의에서 보듯 우리는 늘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해 온 측면도 있다. 
 
지구촌으로 시야를 확장하면 전기차 운명은 과학기술의 진로에 달려있다. 전기차의 연료인 전기 생산 비용이 올라갈수록 전기차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 대안 에너지 생산이 한계 상황에 처하거나, 정체기에 접어들면 ‘어둠의 문’이 활짝 열린다. 궁여지책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전기의 비율을 높여야 할까? 극히 디스토피아적 전망이지만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 파괴의 온상으로 지탄받는 교통수단은 바로 전기차다.
 
한국의 경우 충전료가 저렴한 이유가 단지 원가(原價) 책정에만 존재할까? 국내 세금 체계는 전기차에 엄청난 특혜를 안긴다. 전기차에는 유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휘발유나 경유 차량에 견줘 충전 요금이 저렴한 진짜 이유다. 휘발유 등 내연기관 연료도 원가로만 따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다. 실로 기름값의 40~50% 정도는 세금이 잡아먹는다. 자동차 한 대를 사면 유류세뿐만 아니라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개별 소비세 등 세금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국가는 자동차에 기름을 보충할 때마다 내야 하는 유류세를 많이 매길수록 세수(稅收) 확보가 수월하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이용도 억제하는 효과를 본다. ‘꿩 먹고 알 먹는’ 세금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이유다. 
 
전기차 세금 감면 혜택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현재 전체 자동차의 2%에 불과한 전기차가 훗날 100%로 채워진다면 11조 원이 넘는 정부의 유류세 수입은 어디서 충당할까? 언젠가 ‘공짜 점심’이 끝나는 때가 오면 전기차 이용자도 제값을 다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정책 당국자나 업계, 소비자들은 이런 후방효과까지 고려해 전기차 전환에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에 쏟아지는 온갖 혜택의 지속가능성, 효율성, 적정성을 차분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전기차 지원금에 대한 우선순위를 재검토하는 일로 첫 단추를 끼워도 좋다. 우리 정부는 대중교통의 전기차 전환에 매우 적극적이다. 버스와 택시의 통행량이 많아 이를 전환할 경우 탄소 저감 효과가 뛰어나다고 본 것이다. 이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세먼지 저감 차원에서 버스는 CNG(압축천연가스)로, 택시는 LPG(액화석유가스)로 전환했고 심지어 일반 자가용 차량도 LPG로 전환하는 것을 장려했다. 이제 전기차로 바꾸자고 한다. 일관성 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정책의 혼선이 가져올 비효율과 낭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 전기차 전환을 하기로 한 이상 전후좌우를 잘 살펴 제대로 했으면 한다. 영업용 택시의 70~80%에 이르는 개인택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운행 거리가 더 많은 법인 택시를 우선하여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맥락에서 주행 거리가 많은 자가용 차량의 전기차 전환 지원 검토도 필요하다. 버스도 CNG를 사용하는 시내버스보다는 경유를 사용하는 공항버스, 고속버스, 시외버스, 화물차 등을 우선 교체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아무쪼록 전기차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과 시대에서도 경쟁력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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