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가담했던 소설가 오정희씨가 서울국제도서전을 국민에게 알리는 홍보대사로 위촉받아 ‘도서전의 얼굴’로 등장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후원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축제로 올해 65회째이다. 6월 14일부터 5일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단체는 14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 조사와 백서에 의하면, “오정희 작가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지발간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서 사회참여적 예술인으로 지목된 블랙리스트를 사찰, 검열, 배제하는 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오정희 작가는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14일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에서 오정희 작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에 항의 방문을 한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김건희 여사의 경호원들에게 무참하게 끌려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한 김건희 여사가 개막식 축사를 하는 동안 뉴스페이퍼 등 일부 언론사들은 개막식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억압받았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하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아이히만은 자신은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며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렌트는 악의 근원은 평범한 곳, 평범한 사람에게 있다고 말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가담했던 오정희 작가를 홍보대사에서 해촉해야 한다. 문화예술인들과 독자들에 대한 예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정희 작가를 어떤 이유로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했는지 밝혀야 하며, 언론사의 취재를 막은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그리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한나 아렌트가 강조한 말이다. 출판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며, 민주주의를 이끌어야 한다. 문화민주주의 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로서 국내에서 책문화생태계 담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해 왔다. 언론매체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학위를,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및 한국잡지저작권위탁관리소장,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 경기도당 문화민주주의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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