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히트곡 리메이크해 돈 벌어볼까

인공지능으로 히트곡 리메이크해 돈 벌어볼까

기사승인 2023-06-28 13:06:01
김준호 주스 대표(왼쪽부터),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 김형석 프로듀서.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봄날’을 모차르트 풍으로 편곡하면 어떨까. 뉴진스가 부른 ‘디토’(Ditto)를 바흐의 푸가 스타일로 재해석하면 어떤 느낌일까.

지니뮤직이 이런 상상을 실현하는 프로젝트를 출범한다. 일명 ‘지니리라’(genie.Re:La)다. 편곡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곡의 mp3 파일을 업로드한 후 원하는 음악 분위기를 선택하면 AI가 편곡해준다. 이용자는 이렇게 탄생한 곡을 추가 편집할 수도 있다. 지니뮤직이 지난해 10월 인수한 음악 관련 AI 기술 보유 스타트업 주스가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27일 서울 역삼동 지니뮤직 사옥에서 만난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는 “지난해 특정 곡을 AI 기술로 리메이크했더니, 리메이크곡은 물론 원곡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다”면서 “지니리라 서비스가 음악생태계를 키우고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대표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플랫폼 기업이 AI 리메이크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이라고도 했다.

지니뮤직은 이용자들이 AI로 리메이크한 음원 중 일부를 선별해 하반기 정식 유통할 계획도 세웠다. 이용자들은 편곡자로서 음원 수익을 정산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AI가 생성한 음악은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지니리라로 생성된 음원의 경우, AI가 아닌 AI를 활용한 이용자가 편곡 주체로 인정돼 음원 수익을 나눠받을 수 있다고 지니뮤직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원저작자가 AI 리메이크를 허락한 경우에만 편곡이 가능하다. 현재 지니뮤직이 제공하는 음원 19000만건 중 70% 정도에 AI 리메이크 허가를 받았다”며 “음원이 정식 유통되면 원곡자에게도 AI 리메이크 음원 사용에 따른 수익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AI로 리메이크한 곡을 정식 음원으로 출시하려면 이용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직접 편집해야 한다.

지니뮤직은 지니리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기 K팝 곡을 아시아 각 지역 특성에 맞게 AI로 리메이크한 뒤 버추얼 가수가 이 곡을 가창하는 프로젝트다. 지니뮤직은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모회사인 KT그룹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K팝 기획사와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AI 기술을 활용해 선보이는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 SM엔터테인먼트

AI는 글, 미술,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세계 음악 생성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2900만달러(약 2900억원)로 나타났다. 마켓닷어스는 10년 뒤인 2032년엔 이 시장이 26억6000만달러(약 3조3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온라인에선 AI로 기존 곡에 다른 가수 목소리를 입힌 커버 영상이 쏟아진다. 미국 가수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를 추출해 K팝 그룹 뉴진스의 히트곡 ‘하입보이’(Hype Boy)에 입힌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160만회 이상 조회됐다. 영국 전설적인 록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는 AI 기술을 이용해 과거 데모 테이프에서 추출한 고(故) 존 레논의 목소리로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AI는 작곡도 한다. 2016년 탄생한 한국 최초 AI 작곡가 이봄은 지난해까지 약 30만곡을 작곡하고 이중 3만곡을 판매해 매출 6억원을 올렸다. 현재 사용되는 광고 음악이나 매장 음악 가운데는 AI가 작곡한 노래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히트곡 ‘아이 빌리브’(I Believe), ‘사랑이라는 이유로’ 등 1400여곡을 만든 김형석 프로듀서는 “포토샵을 활용해 사진을 더 예쁘게 만드는 것처럼, AI 역시 창작을 돕는 도구 역할을 할 수 있다. AI 기술이 생성하는 예제로 상상력을 키우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AI 기술로 창작의 문턱이 낮아질 것이다. 어쩌면 전 국민이 작곡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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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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