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훈련의 효과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 대표팀의 경기력은 더욱 좋아졌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 평가전을 2대 1로 승리했다. 전반전에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전에 지소연의 동점골, 장슬기의 중거리슛으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결과와 다르게 전반전의 내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전반전은 사실상 일방적이었다. 아이티의 강한 피지컬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장기인 빌드업도 되지 않았다. 선제골 마저 허용했다. 전반 16분 후방에서 날라온 롱 볼에 수비진이 무너졌고, 아이티의 네틸리아 몽데시르가 슈팅한 볼이 정확하게 꽂혔다.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바쁘게 움직이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아이티의 탄탄한 수비에 고전했다. 전반 종료 직전 손화연의 패스에 이은 최유리의 슈팅이 아이티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한국은 전반전을 0대 1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한국의 경기력은 완전히 달라졌다.
후반전에 앞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벨 감독은 골키퍼 김정미, 김혜리(이상 현대제철)를 빼고 윤영글(BK헤켄)과 홍혜지(현대제철)을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오른쪽 윙백이었던 추효주(현대제철)이 중앙으로 이동해 아이티의 핵심 선수인 멜시 뒤모르네를 전담 수비하면서 아이티의 공격력이 점점 줄어들었다. 여기에 투톱을 이룬 손화연과 최유리(이상 현대제철)은 한 명이 중앙을 맡으면, 다른 한 명이 측면으로 이동해 경기를 풀어갔다. 이는 이금민(브라이튼)의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효과였다.
벨 감독의 작전은 완벽히 적중했다. 측면을 집중 공략하며 아이티 수비에 균열을 낸 한국은 후반 5분 지소연의 페널티킥 득점과 후반 36분 장슬기(현대제철)의 중거리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고강도 훈련으로 다져진 선수들의 체력도 후반전 경기력 상승의 원동력이었다.
벨 감독은 월드컵을 앞둔 지난 3월부터 고강도 훈련을 진행해왔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고,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도 지지 않을 탄탄한 피지컬을 만들었다.
이번 후반전에서 한국을 몰아친 아이티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서 제 플레이가 나오지 않은 반면, 한국은 꾸준히 풀타임 동안 지치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경기 막바지에는 피지컬에서도 아이티를 압도했다.
이중 조소현의 움직임은 단연 돋보였다. 조소현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음에도 측면 수비 지원, 최전방까지 침투해 슈팅을 이어나가는 등 고강도 훈련을 통한 다양한 역할 수행을 소화하기도 했다.
벨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우리가 경기를 어렵게 시작했지만, 경기를 할수록 강해졌다. 이는 고강도 훈련의 일부”라면서 “하루하루 고강도 러닝과 스프린트 등 높은 수치를 정했는데, 선수들이 매일 훈련마다 목표를 달성했다”라며 “그렇기에 선수들이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선수들이 강한 훈련 속에서도 잘해줬다. 습도가 높아서 힘들었지만, 잘 이겨냈고 차이를 만들어냈다”라며 “이것들이 훈련을 통한 일부분이 아닐까 싶다. 월드컵 첫 경기까지 2주의 시간이 남았다. 경기에 맞춰 날카롭게 만드는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는데도 강해지는 모습에 선수들에게 만족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최종 평가전을 마친 한국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출전을 위해 오는 10일 호주로 떠난다. 시차 적응 및 환경에 적응한 뒤 오는 16일 네덜란드와 현지에서 비공개 평가전을 치르며 월드컵 본선에 임한다. 월드컵 본선에서 25일 콜롬비아를 상대로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가지며, 뒤이어 30일 모로코와 다음달 3일에는 독일과 3차전을 치른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