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리그 선수들의 해외 진출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축구계 전반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반기는 입장이지만, 구단들은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올해 여름 프로축구 이적 시장의 키워드는 ‘해외 진출’이다. 이전과 달리 해외 무대로 뛰어드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지난달 27일 K리그2(2부리그) 성남FC에서 뛰던 수비수 김지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포드로 이적했고,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의 조규성은 덴마크 리그의 신흥 강호 미트윌란으로 이적하기 위해 지난 9일 출국했다.
이외에도 양현준(강원FC)이 오현규가 뛰고 있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구단으로부터 이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1골 3도움을 기록한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도 유럽 구단들의 레이더망에 올랐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최근 K리그 선수들의 해외 진출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국제 무대 호성적’이 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U-20 월드컵 4강 등 국제 무대에서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유럽 스카우터들이 한국 선수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선수 영입을 통한 유니폼, 티켓 판매 등 한국 시장을 상대로 한 마케팅 효과가 높은 것도 주된 이유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 꼽히는 선수들이 연이어 해외 구단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축구 팬들의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난다면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쟁력도 강화될 거란 전망이 부풀고 있다.
다만 구단들은 선수들의 이적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구단들은 이제껏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적료가 낮아도 선수의 미래를 위해 이적을 허용해 왔다. 이로 인해 전력 누수로 인한 성적 저하를 겪은 구단들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수원 삼성은 지난해 정상빈(미네소타)과 올해 오현규 등을 차례로 해외에 보내면서 올 시즌 최하위(승점 11점)로 쳐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감독 교체, 선수 영입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핵심 선수들이 이탈한 자리를 좀처럼 메꾸지 못하고 있다.
구단이 선수의 이적을 거부라도 하면 ‘선수의 미래를 막는다’며 비판 여론에 직면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양현준은 셀틱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지만, 강원은 곧장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저조한 순위 탓이었다. 강원은 10일 기준 강등권인 11위(승점 14점)에 위치했다. 강원은 수십억 상당의 이적료를 챙기더라도, 당장 양현준 만큼 검증된 자원을 영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봤다. 결국 구단은 셀틱 이적 후 재임대나, 2023시즌이 끝나는 겨울에 이적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양현준은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이적료가 부족하다면 내 연봉에서 깎아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 “김병지 대표이사가 면담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강원은 김 대표이사가 양현준 측과 만나 오해를 풀고 ‘여름 이적 불가’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 A씨는 “구단으로써는 선수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를 보내면 성적이 내려갈 수 있고, 안 보내면 팬들에게 손가락질받을 수 있다”라면서 “그렇다고 선수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언제 선수에게 (해외 진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가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단 관계자는 B씨는 “선수의 미래를 위해 해외 진출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면서도 “하지만 구단 입장도 난처할 때가 많다. 특히나 여름은 유럽이 비시즌인 반면, 한국은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일 때다. 선수가 이적을 원한다고 하면 빈자리를 대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