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소속팀 FC서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서울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 22라운드 수원FC와 홈경기에서 7대 2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5월14일 울산 현대전 이후 좀처럼 한 경기에서 2골을 터트리지 못하던 서울은 분풀이라도 하듯 이날 7골을 몰아쳤다. 서울이 한 경기에서 7골을 터트린 건 구단 최초의 일이다. 나상호와 김신진이 멀티골을 터트렸고 김경민, 김주성, 윌리안도 골맛을 봤다.
서울은 승점 3점을 추가해 리그 3위(승점 36점) 자리를 지켰다.
경기가 끝나고 기성용은 “팀이 지난 몇 경기 동안 아쉬운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홈에서 많은 골을 넣고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를 다시 맞은 것에 만족스럽다”라면서 “뜻깊은 경기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에 대해 기쁘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우리가 목표하는 상위 그룹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더 잘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에 출전하면서 프로 통산 500번째 경기를 출전했다.
2007년 서울에서 데뷔한 그는 유럽 복귀 후를 포함 총 193경기를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스코틀랜드의 셀틱에서 87경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스완지시티에서 162경기, 선덜랜드에서 34경기,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23경기를 소화했다. 스페인의 마요르카에서도 1경기 뛴 바 있다.
기성용의 500경기 출전에 팀 동료와 감독도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많은 인내와 노력, 책임감, 그리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끝까지 모범적인 경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며, 나상호 역시 “그저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형인 것 같다. 성용이 형이 하는 몸 관리를 배우고, 이를 토대로 성용이 형의 뒤를 따라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도 대기록을 맞아 이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기성용은 이날 전반에만 세 차례 강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19분에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수비의 다리를 맞고 굴절됐고, 전반 27분에는 왼발로 재차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낮게 깔아 찬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기성용이다.
기성용은 500경기 출전에 대해 “사실 특별하게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나 싶어 허무하기도 하다”라면서도 “서울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 했을 때가 2007년인데, 시간이 지나 같은 곳에서 500경기를 치를 수 있어 영광스럽다.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내가 많이 변했다”라며 웃었다.
수많은 경기를 치른 기성용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프로 데뷔 순간을 꼽았다. 그는 “당시에 어린 나이에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세놀 귀네슈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줬다”라며 “개막전부터 경기에 나섰는데, 첫 발을 내딛는 설렘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여러 좋은 경기들이 있지만, 아직도 데뷔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이라는 큰 팀에서 첫 경기를 치르며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닌 기억 외에 다른 기억은 흐릿하다”고 웃은 뒤 “이을용 선배를 비롯한 팀의 고참 선배들이 긴장을 풀어주시기도 하고, 먼저 데뷔했던 이청용(울산)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느덧 선수의 황혼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기성용은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의 밝은 미래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서울이 지난 몇 년간 좋지 않은 성적을 냈는데, 올해는 상위 스플릿에 가는 게 첫 목표고, 그 이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면서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이 항상 우선이다. 나의 존재가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을 해서 그런지, 매 경기가 상당히 소중하다. 좋은 동료와 함께 올해는 팀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데뷔 팀이기도한 서울에 대해선 “서울에서 기회를 받은 덕분에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고,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었기에 서울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소중한 팀”이라면서 “주변 사람들도 내가 얼마나 서울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항상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는 걸 안다. 나이가 들며 팀의 소중함을 더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은 기성용이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는 데 철저한 신체 관리가 바탕이 됐다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 기성용은 “아직은 축구가 좋아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다른 취미를 즐긴다거나 누릴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내 (개인적인) 삶이 없긴 하다”면서도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관리를 철저히 해서 이 자리까지 왔기에 앞으로도 최대한 관리를 잘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옛날에는 노력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때처럼 노력하면 몸에 무리가 와서 예전만큼 못 하는 게 서글프다”라며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관리를 받는 날이 많은데, 어린 선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고 후배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끝나는 날까지 부상 없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러날 시간이 올 텐데 FC서울이 좋은 모습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강조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