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와 애도의 연속이다. 전국 곳곳에서 안타깝게 사람들이 숨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슬픔에 잠겼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뉴스가 연이어 터지면서 우울과 불안도 커진 모습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비보가 잇따랐다. 초등교사가 학교에서 극단 선택을 했고, 성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숨졌고, 해병대원이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도심 속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은 한 달 새 보도된 것만 4건에 달한다. 3일 경기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피의자 최모(22)씨가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을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고, AK플라자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씨의 범죄로 피해를 입은 부상자는 교통사고 5명, 흉기 피해 9명 등 14명에 달한다.
모방범죄 공포도 커졌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유사한 ‘살인예고’ 글이 온라인에 퍼졌다. 이에 자극을 받은 사람들이 모방범죄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2주 만에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4일 오전 대전 대덕구 고교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고, 서울 강남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선 2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니다 경찰에 체포됐다.
온라인상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테러 예고가 쏟아진다. SNS에는 ‘오늘 칼부림 예고 목록’이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잠실역, 강남역 등을 범행 장소로 지목, 칼부림을 예고한 글들을 정리한 글이다.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당부의 의미다.
“집 밖은 위험해” “방탄조끼 사야 하는 것 아니냐” “며칠 사이 사건·사고가 너무 많다” “아직 여름방학 중인데, 아이와 사람 많은 곳은 못 가겠다” “아이에게 이어폰 끼고 길거리 다니지 말라고 교육했다”
학부모들이 모인 채팅방엔 불안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너무나 이상해진 사회. 현실판 ‘오징어게임’ 같은 사회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란 말이 터져 나왔다. 가족의 안전을 위한 호신용품을 사자며 관련 사이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4세 자녀를 둔 최하영(38)씨는 “아이 데리고 밖에 나가는 일이 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며 “세상이 너무 흉흉해졌다. 그야말로 현실 속 생존게임이 됐다”고 말했다. 둘째 계획은 없다는 그는 “이 사회에서 지금의 아이라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정훈(39·회사원)씨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며 “나와 가족이 언제든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심리적으로 위축된다”고 말했다.
당장 본인 안전부터 걱정해야 할 세상에서 결혼, 출산이란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직장인 유모씨는 “갈수록 사회가 흉흉해지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나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범죄자들에 대한) 관대한 처벌도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유리(27·회사원)씨는 “요즘 뉴스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남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내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이런 문제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진 않겠지만 걱정되긴 한다”고 했다. 김준혁(29·회사원)씨도 “안전에 대한 사회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고, 인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쌓이는 것 같다”며 “결혼이나 자녀를 가질 때 이런 문제가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