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압도적인 풍광에 시원한 바람까지. 출렁다리를 만난 첫 기억은 잊을 수 없습니다. 힘겹게 산 중턱까지 오른 끝에 마주친 출렁다리는 ‘이래서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 기억이 자꾸 떠올라 다른 지역에 위치한 출렁다리를 찾아갔습니다. 어라? 지나치게 비슷한 풍경입니다.
이젠 더 이상 출렁다리를 반기지 않습니다. 가족들과 여행 중 출렁다리를 가게 되면, 혼자 산 아래 남아 ‘주변 갈만한 관광지’를 검색합니다. 그래도 마땅히 갈만한 관광시설은 보이지 않습니다. 레일바이크와 케이블카, 수목원 등 모두 어떤 느낌일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깨끗하게 잘 지어놓고도, 설명해주는 직원 하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뭘 본지도 모르고 30분 만에 출구로 나온 적도 있습니다. “화장실 이용하기 참 좋다”고 적힌 경북 한 전시관 후기를 보고 씁쓸한 웃음만 나왔습니다.
이번 여름엔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일본 여행으로 이끌었습니다. 일본 오이타현 히타시의 마메다마치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100년 이상 된 집 등 옛 모습을 잘 보존해 ‘규슈의 작은 교토’로 불리는 동네입니다. 전통 거리에는 오래된 상가와 창고는 물론 견학시설과 기념품 가게, 음식점 등이 있어 전주 한옥마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1826년 히타시에 세워진 한 전통양조장은 전시관이기도 합니다. 일본주, 소주, 식혜 등 각종 술과 음료를 제조·판매하는 일터를 구경해도 되는지 쭈뼛대고 있자, 작업 중이던 직원이 휴대전화를 달라고 손짓합니다. 그는 100년도 넘은 듯한 술통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온갖 손짓을 동원해 내부를 열심히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친절한 모습이 고마워 술을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근처 양갱집도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곳에 지역 주민의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자, 그 지역을 제대로 들여다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재 인구 6만여명인 히타시는 한때 1만명까지 줄어 소멸 위기에 처했던 지방 소도시입니다. 히타시는 2004년 마메다 지역을 전통 건축 보존지구로 지정하고 옛 거리 보존, 상점 활성화, 축제 개최 등 지역 재생 활동에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그 이후 관광산업이 성장해 연간 60만명이 방문하는 지역이 됐습니다. 지난 5월 전남 강진군이 해외 선진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히타시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 많은 출렁다리는 지방 인구·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궁금증에서 지난주 4편까지 발행된 [지방 소생 보고서] 기사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할수록 긍정적인 내용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출렁다리처럼 지역 특색을 담지 못한 비슷한 관광시설이 많았습니다. 관광지의 불친절, 바가지요금 등으로 내국인 관광객은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역시 불편한 교통, 숙박시설, 부족한 정보 등으로 지방이 아닌 서울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을 향한 세계인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작 우린 더 많은 걸 얻을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지역 소멸 위기에 빠진 지자체가 내국인과 외국인을 맞을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걸까요.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