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교육부는 학교별 재량휴업일 지정조차 엄중처벌하겠다고 하면서 교사의 정당한 연가사용에 징계를 운운하기도 했었다. 여론이 심각해지자 교육부는 징계는 철회하겠다고 했지만 임시방편격인 생활지도 고시안을 내놓고 교사들의 집회참석만 막으려고 했다.
수많은 선생님들이 지난 16일 토요일,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회복 법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다시 뜨거운 거리에 앉았다.
교육을 흔히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현실은 어떤가? 90년대까지는 성적순위에 따라 학생들 줄 세우고, 학력고사 점수 하나로 대학입시를 평가하는 성적위주의 학벌사회였다. 2000년대 한줄 세우기 기존의 입시체제에서 대학교별 다양한 수시제도가 도입되었다.
대입 수시제도는 내신과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평상시 학습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인정하고 학생의 인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강화하고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제 그 수시비중이 점점 높아져 현재 다수의 대학교에서 80%를 수시로 모집한다고 한다.
하지만 돈 있고 권력 있는 소수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수시입시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만들려고 온갖 반칙과 불법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 고위공직자 후보가 자신의 아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란 사실이 생활기록부에 올라가지 않도록 학교 측에 부당한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공교육 현장이 왜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된 것일까? 90%이상의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선생님의 교육과 지도를 믿고 의지한다. 그럼에도 소수 학부모가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을 방해하고 학교 선생님의 생활지도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하고 갑질협박을 일삼아도 교권을 지켜줄 교육부와 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많은 학생들도 학교내 폭력과 따돌림, 학부모의 성적압박 스트레스, 알려지지 않은 이유등으로 쓰러져가고 있어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개인적 문제로 취급하며 쉬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게도 놓치고 구럭도 놓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집으로 가는 길조차 잃어버린 것만 같다.
최근 5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학생이 822명, 교사가 100여 명이라고 한다. 이 숫자를 접하고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게 이른바 가짜뉴스가 아님을 확인하고는 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학교가 스승과 제자, 학부모와 선생님의 신뢰로 이어진 배움터가 아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이뤄지는 살벌한 전쟁터가 되었음을 저 슬프고 안타까운 통계가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진 공교육을 살리는 일은, 추락한 교권을 다시 세우는 일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즐겁게 가고 싶은 곳이 되게끔 하는 일은, 이제 특정 정권이나 특정 계층만의 숙제가 아니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삶의 어느 시기에는 반드시 학교에 가야만 하고, 학교에는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믿음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반드시 계셔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단기적 대책 마련이 아닌 장기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성적이, 학교생활기록부가 성장하는 아이들의 평생을 좌우하는 낡고 경직된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수술에 나서야 한다. 학생을 공장의 원자재처럼 여기고, 교사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기존의 잘못된 관점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만 한다.
지금도 혼자 외롭게 고통 받고 있을 선생님들께 선생님들이 외치던 소리가 귀에 쟁쟁 울린다. 죽지 말고 살아가자, 손을 잡고 연대하자!
마지막으로, 서울 서이초 교사를 비롯해 아이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며 헌신하다가 악성민원 학부모에 의해 ‘정서적 아동학대 범죄자’로 내몰려 안타깝게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명복을 기원한다. 하루속히 교권보호를 위한 법률을 개정하길 촉구한다.
◇ 이은희
연세대 철학과 졸. 연대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서울시립대학교대학원 행정학 박사수료. 국립생태원 상임이사⋅경영관리본부장. 현재는 휴먼앤에코연구소 상임대표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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