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살해해 ‘동물판 N번방’에 공유한 20대의 최후

길고양이 살해해 ‘동물판 N번방’에 공유한 20대의 최후

기사승인 2023-10-19 07:37:40
길고양이 등 야생동물을 학대하고 잔혹하게 죽인 사진과 동영상을 오픈채팅방에 공유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18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인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을 박탈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피고인의 생명경시적 성향을 고려할 때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충북 영동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쓰러진 채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촬영한 뒤 잔인하게 죽인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0년 충남 태안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포획 틀로 고양이를 유인한 뒤 감금하고 학대한 혐의도 있다. 그해 9월쯤에는 토끼 신체를 훼손하기도 했다.

A씨는 범행 장면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2020년 9월 중순부터 같은해 1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렸다.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학대하는 영상·사진 등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이다. 동물판 N번방이라고도 불린 이 방에는 당시 80여명이 참여했으며, 대부분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를 받은 동물권행동 카라 등 시민단체들은 2021년 1월 이 채팅방 이용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카라는 이날 오후 법원 앞에서 피고인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민경 카라 정책변화팀 팀장은 “A씨는 동물 목숨을 한낱 자신의 놀잇감으로 여기며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학대했다”며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 수법과 생명에 대한 극도의 경시적인 태도에 비춰볼 때 실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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