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따리상 견제하는 면세업계…“더 퍼주진 않을 것”

중국 보따리상 견제하는 면세업계…“더 퍼주진 않을 것”

각사 출혈경쟁 줄이고 내실 다지기 ‘집중’
따이궁 의존도 낮추고 개인·단체 관광객 유치 주력
“따이궁 매출 감소 불가피…수수료 늘리진 않을 것”

기사승인 2023-10-26 06:00:32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해외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중국 단체관광객 방한 규제가 풀리면서 면세업계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과도한 보따리상(따이궁) 송객수수료로 골머리를 앓던 업계는 수수료 대신 자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따이궁 세력 확장을 견제하면서도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서며 실적 회복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들은 송객수수료(따이궁이나 단체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 가이드 등에게 지급하는 알선 수수료)를 30%선까지 낮추며 따이궁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따이궁을 잡기 위해 면세점끼리 출혈경쟁을 하는 부작용을 줄이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송객수수료 문제다. 관세청 지침에 따라 업계가 송객수수료를 올해 초부터 줄이면서 따이궁의 매출도 감소했다. 면세업계는 따이궁의 높은 매출 비중을 인정하면서도 송객수수료를 더 늘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도한 송객수수료는 면세산업 근간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따이궁 수수료를 늘리진 않을 것이다. 코로나 당시에도 면세점들이 적자를 내면서 물량을 돌린 것”이라며 “단체관광 방한 재개로 개인 고객이 물건을 사갈 수 있는 환경이 됐으니 예전처럼 면세점들이 수수료를 퍼주면서 영업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진 수수료 제한을 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당분간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며 “따이궁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이런 방식으로 가야 면세점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면세점 매출액은 1조1366억원으로 지난해 8월(1조5701억원)보다 27.6% 감소했다.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한 206만3989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매출액은 1조4309억원에서 8990억원으로 오히려 37% 감소했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이 (면세점들이 경쟁구도로 가기 위한 조짐이) 없다곤 할 수 없지만 따이궁에 무리한 송객수수료를 줘서 매출을 올리려는 활동으로 이익을 내는 행위는 줄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거리가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를 반영하듯 최근 면세점들은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쇼핑·관광·체험을 결합한 면세점 쇼룸인 ‘LDF 하우스’를 서울 명동에 열었다. 또 중국 여행사 대표를 초청해 한국 팸투어를 진행하고, 모바일 실시간 통역서비스를 면세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에 방탄소년단(BTS)의 공식 상품 스토어인 ‘스페이스 오브 BTS’를 오픈했다. 지난 23일에는 중국 단체 여행 가이드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 로비에 대형 미디어 스크린을 설치하며 고객들에게 디지털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국내 뷰티·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며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면세점들은 중국 단체관광객 회복세가 예상만큼 빠르게 돌아오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단체관광객 방한이 재개됐지만 침체된 중국 경기로 패키지 모객 속도가 늦춰지고 있으며 비싸진 여행 물가에 예전만큼 면세 쇼핑의 니즈가 많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를 발판으로 내년 업계의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보고 이 시기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본격적인 성과가 가시화되려면 내년 하반기 정도로 시기를 보고 있다. 따이궁에 투자할 비용으로 MD나 시설 개편, 직원 추가 채용 등에 비용을 쓰는 추세”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자 업계는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법제화하는 법안 발의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따이궁에 대해 1인당 구매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면세점 송객수수료를 법으로 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음달 제출할 예정이다.  

진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심사 사례와 똑같이 갈 순 없고 현실적인 내용을 많이 추가해야 할 것 같다”면서 “큰 틀은 완성됐고 세부적인 사항만 추가하면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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