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냉장고를 차지한 생수 코너. 성분이나 공정에 따라 가격도 제각각이다. 어떤 물을 고를까. 미네랄이 많을수록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몸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쿠키뉴스는 지난 3일 △안혜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물과 관련된 진실과 오해를 풀어봤다.
Q. 물 속 미네랄 함량이 높을수록 건강에 더 좋은가요?
안혜지 교수= 미네랄은 무기질이라고도 일컫는데요. 탄소와 수소, 산소, 질소 외 인체에 필요한 미량의 영양소를 말합니다. 철분, 칼슘, 칼륨, 인, 나트륨, 아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미네랄은 영양 불균형, 약물 복용, 음주 등이 잦은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워요. 즉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을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미네랄이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수현 교수= 미네랄은 영양제로 챙겨 먹을 정도로 좋은 성분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물속에 미네랄이 너무 많이 함유된 경우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비싼 물이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는 좋은 물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마케팅 전략일 가능성이 있으니 성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Q. 물을 2L씩 마시면 건강해지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안혜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하루 동안 물 8컵(1.6L) 이상을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연구를 통해 이 수치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8컵, 2L 등 규정화된 물 섭취량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물은 체온 유지, 피부 노화 방지, 노폐물 제거 등의 기능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를 돕는 역할도 하는데, 이러한 물을 부족하게 섭취하면 인체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다만 추천하는 물의 양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상태나 상황에 따라 부족하지 않게 마신다면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수현 교수= 물을 2L 이상 마셔야 한다는 가설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의견이 분분합니다. 근거가 정확하지 않은 겁니다. 다만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은 건강에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문의들은 환자에게 물을 1~1.5L 정도 마시는 걸 권장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땀을 빼기 때문에 그 만큼 물을 더 섭취해야 해요. 또 물을 많이 마셔서 배를 채우는 것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식사 중 물을 마시면 위가 늘어나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식사 전, 중, 후 물 섭취가 건강에도 영향을 주나요?
안혜지 교수= 식사 전에 물을 섭취하면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도 있고, 식사 중이나 후에 물을 섭취하면 소화효소들이 물에 희석되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될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의견들이 분분하고 정설은 없지만, 언제 마시든 한두 잔 정도의 물 섭취가 건강에 결정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조수현 교수= 언제 마시든 건강과 크게 연관은 없습니다. 다만 식전에 마시면 식사량을 조금 줄일 수 있겠죠. 삼킴이 힘든 분들은 식사 중에 조금씩 마시면 음식을 넘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불편하지 않다면 물은 어느 때나 마셔도 상관없습니다. 대신 위장이 약한 경우엔 물을 마시면 소화능력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식사를 한 뒤에 마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Q. 물의 온도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따뜻한 물이 건강에 더 좋은가요?
안혜지 교수= 일반적으로는 미지근한 물(30도 전후)이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냉수는 체온을 떨어뜨리거나 소화액 분비를 감소시킬 수 있고, 너무 뜨거운 물은 식도암 같은 질환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요. 운동 후 마시는 냉수는 체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감기에 걸렸을 때는 따뜻한 물이 낫겠죠.
조수현 교수= 미온수가 몸에 더 좋다는 연구 논문은 없습니다. 자신의 체온 상태에 따라 필요한 물의 온도를 선택하면 됩니다. 더울 땐 시원한 물을, 추울 땐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너무 찬 물을 마시면 위가 놀랄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물을 마실 때도 천천히 조금씩 마시는 게 중요합니다.
Q. 약수터 물을 일부러 찾아 마시는 경우도 있어요. 약숫물이 몸에 유익하다는 의견은 어떻게 보시나요?
안혜지 교수= 약수는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물로, 미네랄이 풍부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생수, 정수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기 때문에 과하게 마시면 과잉섭취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해요. 또한 약수터 주변 여건이나 지하 환경에 따라 오염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수질이 검증된 곳에서 마시는 게 안전합니다.
조수현 교수= 옛날에는 산이 높아 마실만한 약수가 많았지만 지금은 높은 산도 줄고 여러 시설 등이 생기면서 약숫물에 균이 들어갈 확률이 커졌습니다. 미네랄, 철분 등이 들어있어 좋다고는 하지만 성분이 너무 강하거나 균이 있어 복통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약수를 권장하진 않아요. 성분이 확인된 약수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Q. 건강한 수분 섭취를 위해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안혜지 교수=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되듯 물은 부족하지 않게,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권장량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여름철이나 운동 후에는 수분 손실이 많을 수 있으니 섭취에 더 신경을 써 주세요. 더불어 한 번에 너무 빨리 마시거나 지나치게 과한 양을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천천히, 또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마시는 게 좋습니다.
조수현 교수= 나이가 들수록 안구, 피부 등 신체는 건조해집니다. 따라서 나이 드신 분일수록 물을 꼭 챙겨 마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루 1L 이상 마시려고 노력하고, 가급적 음료나 커피 등이 아닌 맹물을 섭취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랬구나. 몸에 유익한 미네랄도 과하면 몸을 상하게 한다. 단 물은 매일 충분히 마셔줘야 한다는 점은 ‘불변 진리’다. 수분이 부족하면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 노화도 빠르다. 오늘 마셔야 할 물의 양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내 몸 상태나 상황에 맞게 부족함 없이 마시자. 그래도 급하게 많이 들이키면 저나트륨혈증이 우려되고, 위장이 약한 경우 식사 중엔 소화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하니 이 점은 참고해야겠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