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느냐, 경기북도나 경기남도에 두느냐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금은 구리나 하남, 과천 등으로 확대되면서 경기도 전반이 들썩인다. 주민 여론조사 결과도 뒤죽박죽이다. 누가 의뢰하느냐에 따라 찬반이 뒤집어진다. 김포시의 ‘편입’이 우선인지, 주민의 ‘편익’이 우선인지 헷갈리는 형국이다.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과연 주민은 행복해할까? 정작 무엇에서 행복할 것이며, 누구까지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상황이다. 모든 행정의 기본은 주민의 수요(needs)와 의견이다. 조사결과는 행정구역 개편보다 교통망 확충을 더 시급한 과제라고 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김포 골드라인이 지옥철로 변한 것은 한강 신도시와 인천 검단 신도시 입주 이후부터이다. 광역교통망 혼잡은 분당, 일산으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 이후부터 줄곧 반복돼 온 해묵은 숙제이다. 법에 따르면 신도시 개발자(LH공사 등)는 개발이익금을 혼잡 해소에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그 수단이 도시고속도로 확충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정시성이 뛰어난 철도 증설은 중앙정부(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와 지방정부(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의 책임이다. 서로 협의하고 분담해서 철도 용량을 키워야 하는데 여기서 늘 멈춘다.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교통문제, 철도문제가 해결될까? 위례 신도시 사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송파 신도시로 시작했던 위례 지역은 서울 송파구, 성남시, 하남시 등 3개 행정구역을 걸치고 있다. 계획 수립 때부터 트램을 비롯한 철도망 구축이 약속됐고 분양가에 포함까지 됐으나, 입주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완공을 못 본 상태이다. 기존에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하는 분당선(장지)나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8호선과 연결하면 되는 지리적 조건이지만, 이것조차 아직 이다. 광역버스 등 노선버스가 제 기능을 하는 데에도 몇 년을 잡아먹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건 행정구역도 다르지만, 각 기관 별로 개발 부서와 교통 부서가 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개발과 교통은 2인3각 경주와 같다. 양쪽이 함께할 때 속도를 내지만 개발과 교통 사이에는 늘 척력(斥力) 비슷한 게 작용한다. TOD-DOT 논쟁이 대표적이다. TOD(Transit-Oriented Development)는 대중교통 중심 개발 이론이다. 교통이 발전한 곳부터 개발하자는 것이다. 거꾸로 개발부서에서는 DOT, 즉 개발 계획에 맞춰 교통 인프라를 적재적시에 갖추어 달라는 주장을 한다. 이 둘의 갈등과 대립 속에 입주자, 시민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게 현대 행정의 현 주소라고 하겠다.
제도가 없는 게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서울·인천·경기가 참여하는 ‘수도권 교통조합’이 국토교통부와 교통 문제를 협의한다. 이게 잘 작동하지 않아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도 출범했다. 문제는 이들 조직과 공무원이 서로 자기가 속한 조직의 보스, 즉 평가자만 바라본데 있다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문화는 수직이 강하고 수평이 약하다. 결정한 것을 빨리 집행하는 것에는 매우 큰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다른 부서나 기관과 업무를 연계하고 조정하고 통합하는 데에는 취약하다. 분석철학의 선구자인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가 관료와 소통하기 힘든 이유는 그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아니라 정보만 교환하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도 이름을 부르고, 존칭 표현도 없는 외국과 정반대이다. 상명하복, 유교의 장유유서와 계급제 군사정권의 영향에다가 나의 상사, 나를 평가하고 승진시키는 사람에게만 충성하는 문화가 고착된 결과이다. 정책평가나 근무평정에서 다면평가도 도입해 보았으나 제대로 취지를 살리지 못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광역 시·도를 더 광역화하여 지방분권을 가속화할 수도 있고, 세종시처럼 광역 시·도를 없애 행정계층 하나를 줄여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더 좋은 방법은 시청이나 도청 갈 일이 없게 하는 것이 가장 선진적이라 할 수 있다. 더 우선인 것은 논의가 끝날 때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평가체계를 바꾸어 다른 부서나 기관과의 협업, 조정, 통합 등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