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좋았다면…각본가의 이 작품 어때요 [주말뭐봄]

‘괴물’ 좋았다면…각본가의 이 작품 어때요 [주말뭐봄]

기사승인 2023-12-02 06:00:08
볼 것은 많고 시간은 짧은 주말입니다. OTT를 볼지 영화관으로 향할지 고민인 당신, 어서 오세요. 무얼 볼지 고민할 시간을 쿠키뉴스가 아껴드릴 테니까요. 격주 주말 찾아오는 [주말뭐봄] 코너에서 당신의 주말을 함께 할 콘텐츠를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주>

왓챠피디아 홈페이지 캡처

평화롭던 후카미 히로키(나가야마 에이타) 가족의 시간은 15년 전 멈춰버렸다. 히로키의 여동생이 친구에게 죽임을 당한 이후로 그들의 삶은 생기를 잃었다. 암전된 세상, 그럼에도 살아가던 히로키에게 한 여성이 찾아온다. 동생과 비슷한 인상을 받은 히로키는 그에게 아픈 기억을 꺼내놓는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그 여성, 도야미 후타바(미츠시마 히카리)의 반응은 어딘지 이상하다. 두 사람은 어떻게 얽힌 사이일까?

‘그래도, 살아간다’ 어땠어?

모든 사건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한다. 이들 사이엔 명확한 선악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에게는 동정이, 가해자에게는 비난이 집중된다. 일본 후지TV 드라마 ‘그래도, 살아간다’는 이 같은 이분법적 판단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이들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 가족을 함께 비추며 관념적인 선악 경계를 무너뜨린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의 삶은 고장나있다. 딸이자 여동생이던 한 소녀가 죽음을 맞는 동안 그를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절여져 있다. 복수심, 적대감으로 점철된 피해자 가족의 인생은 조용히 들끓는다. 가해자 가족이라고 괜찮은 건 아니다. 살인자 가족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며 어디에도 정착 못 하는 이들의 삶은 마냥 부유하고 있다. 상처 깊은 피해자 가족과 괴로운 가해자 가족. ‘그래도, 살아간다’는 이들을 비추며 ‘절대 악’은 없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해서 마냥 용서와 화합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가해자 가족을 두둔하는 이야기 역시 아니다. 드라마는 이들을 피해와 가해의 구도에 올려두기 전에 다 같은 인간임을 내세운다. 히로키와 후타바는 피해와 가해로 얽혀 쉽게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 도리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괴로워한다. 이들에게 살인사건이 남긴 상처는 너무도 깊다. 극복할 수 없는 그 일을 뛰어넘기가 어디 쉬운가. 사카모토 유지 작가는 이들이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모습부터 다시 일어서려는 노력을 고스란히 담는다. 애쓰지 않고 그저 담담히 견뎌내려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울컥함이 치민다. 두 사람도, 두 사람의 가족도 그렇게, 그럼에도 살아간다. 보기만 해도 감정 소모가 심한 작품이다. 그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음에 거세게 이는 파동을 느끼다 보면 ‘그래도, 살아간다’는 제목이 더 생생히 와닿는다. 국내 OTT 중 웨이브, 왓챠, 티빙에서 볼 수 있다.

영화 ‘괴물’에서 호리 선생 역을 맡은 배우 나가야마 에이타. NEW

주목! 이 배우

‘괴물’을 본 관객에겐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왠지 익숙할 것이다. 후카미 히로키 역을 맡은 배우 나가야마 에이타는 ‘괴물’에서 호리 선생을 연기했다. 나가야마 에이타는 일본의 국민 배우로 통한다. 과거 마니아를 양산했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미네 류타로를 연기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두텁다. 나가야마 에이타는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인연이 깊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최고의 이혼’ 역시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현재 상영 중인 ‘괴물’은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나가야마 에이타가 7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다. ‘괴물’과 ‘그래도, 살아간다’를 인상 깊게 봤다면 두 사람이 만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최고의 결혼’ 역시 권한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담담하게 연기하던 나가야마 에이타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동명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비교하며 보는 맛도 쏠쏠하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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