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랜드연구소 국가안보연구부와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이 2023년 8월에 작성한 보고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이하 ‘2023 랜드-아산 보고서’로 약칭)은 “북한은 이미 한국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는 핵전력을 갖추었으며,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기 직전이다.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해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남침을 하지 않고도 한국을 장악하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북․일 관계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대미․대남․대일 적대적 태도를 고려할 때 북한의 핵전력은 일본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해서는 북한 영변단지를 가장 많이 방문한 외부 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평가가 자주 인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기관들의 보고서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 및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을 고려할 때, 헤커 박사의 평가는 북한의 핵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헤커 박사는 2021년 4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그때까지 플루토늄 25∼48㎏을 생산했고, 고농축우라늄은 2020년 말 기준으로 600∼950㎏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플루투늄 폭탄 1개에 플루토늄이 5㎏ 정도 들어가고, 고농축우라늄 폭탄에 고농축우라늄이 25㎏ 정도 들어간다는 게 합리적인 추산치”라면서 이를 토대로 북한이 핵무기 45개를 보유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헤커 박사의 분석에 의하면 북한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6개 정도의 핵무기를 제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미국 외교협의회(CFR)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이 2017년까지 최대 60개의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핵물질을 생산했고, 연간 12개가 넘는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같은 분석에 의하면 북한이 2023년 초까지 생산한 핵무기는 대략 116개가 된다.
올해 1월 한국국방연구원의 박용한과 이상규 박사가 발간한 보고서 「북한의 핵탄두 수량 추계와 전망」은 현재 북한이 보유한 우라늄 및 플루토늄 핵탄두 수량을 약 80~90여 발 수준으로 평가하고, 2030년에는 최대 166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목표로 하는 핵탄두 수량은 300여 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4월 미국의 랜드연구소와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 『북핵 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2027년까지 북한이 핵무기 약 200개,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십 발과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한반도 전구급 미사일 수백 발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종료 이후 북한 내 5개의 핵심 핵무기 제조 시설이 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당시 언론은 북한 내 우라늄 농축시설일 가능성이 높은 4곳의 장소를 식별하고, 이 중 3곳의 원심분리기 개수 추정치를 보도하였는데 이는 영변에 4천대, 강선에 8천대, 분강에 1만대였다. 두 기관은 북한의 핵보유 개수가 연간 12개씩 또는 18개씩 증가해 2020년까지 북한은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했고, 2027년까지 151~24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2023년 8월에 작성한 보고서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은 북한이 최소 18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고, 2030년에는 최대 3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연구기관은 보고서에서 2022년 말 김정은이 직접 실전 배치를 공언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초대형방사포(KN-25)에 핵무기 180기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2022년 12월 31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앞에서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 증정식을 가졌는데, 최대 400여 km 사거리의 KN-25는 1개당 미사일 6기를 발사할 수 있다. 당시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초대형 방사포가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으로 하여 전망적으로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로서 적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해야 할 자기의 전투적 사명을 수행하게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 등에 기초해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한국을 주요 표적으로 겨누고 있는 북한 핵무기가 180개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보다 성능이 우수한 SRBM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 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해 최소 100∼150기의 핵무기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과 일본 등을 사거리에 두는 미사일용 핵무기도 제조할 것이기 때문에 이 두 연구기관은 김정은이 최소 300~500개의 핵전력을 계획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같은 평가는 북한이 목표로 하는 핵탄두 수량은 300여 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한 한국국방연구원의 2023년 1월 보고서 내용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한국 군 당국 일각에서도 현재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220기 이상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2023년 10월 31일자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일각에선 북한이 핵무기 주원료인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속도 및 원심분리기 총개수, 고순도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영변 핵시설 가동 주기 등을 놓고 봤을 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북한 내에 이미 핵무기가 220기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정은 현재 북한이 최소 18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평가하는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의 보고서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 생산 속도를 늘리지 않더라도 2030년에 300개의 생산 문턱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만약 김정은이 2025년부터 핵무기 생산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면, 2028년까지 300개의 핵무기 생산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2022년 12월 말에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러므로 북한이 2030년을 전후해 약 3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의 핵무기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북한 정권도 무너지게 될 텐데 설마 한국을 공격하겠느냐?’라고 질문을 하면서 여전히 희망적 사고를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과의 핵전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단지 생존용이나 협상용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 한다면 50~60개의 핵무기 보유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생존이나 협상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어서 한․미․일은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현상을 타파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약화시키면서 그들이 요구를 강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