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57조원 규모의 예산안에 합의한 가운데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중 바둑 관련 협회가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철퇴를 맞아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바둑 보급⋅바둑 인프라 확장 및 건전한 생활 체육 생태계 조성 등을 목적으로 국가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 ‘대한바둑협회’ 내년도 예산이 ‘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1억62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단체가 예산 일부 삭감이 아닌 ‘전액 삭감’을 당한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에선 “기획재정부가 ‘정부 방침’이라는 명목으로 올해 스포츠 대회 예산은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대비 내년 예산이 축소됐는데, 특히 가장 마음 아픈 예산이 바둑”이라고 말했다.
바둑 예산은 지난 2018년 3월 30일 임시 국회에서 ‘바둑진흥법’이 통과된 이후 시나브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202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바둑진흥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여기에는 바둑 전용 경기장 건립에 국비 98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의정부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기원 이전 사업에 해당 금액이 투입되기도 했다.
한국기원은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 등 프로기사들이 소속된 바둑 단체로, 올해 정부 지원금은 17억1300만원이었으나 내년에는 2억 가량 삭감된 15억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진흥법이 있는 다른 종목인 씨름이 올해와 같은 66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과 대비된다. 마찬가지로 진흥법이 있는 전통 무예 또한 올해와 같은 15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편성됐다. 전통 문화 스포츠에도 전년도와 동일한 1억5000만원이 배정됐다.
한편 대한바둑협회만 유독 예산 21억6200만원이 전액 삭감된 것과 관련해 ‘회장 탄핵 사건’이 발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분쟁이 생기거나 사건⋅사고를 일으킨 단체에는 정부 지원금을 축소하는 것이 그동안 방침이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취임한 서효석 대한바둑협회 전임 회장은 올해 7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안건으로 오른 ‘불신임’ 건이 대의원 투표 끝에 가결 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사상 초유의 ‘탄핵’ 파동 끝에 회장직을 상실한 서 전 회장은 정봉수 현 대한바둑협회 회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