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니까 죽어도 된다” 테러범 만들어낸 증오정치

“악마니까 죽어도 된다” 테러범 만들어낸 증오정치

이재명 피습 사건 그 후
민주당, 가짜뉴스 법정 대응 예고 
이준석 “정치 과몰입 자체가 위험한 상황”

기사승인 2024-01-04 06:00:28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바른소리 TV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치권에선 정치 양극단화가 심화되면서 “증오정치가 폭발했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여야 모두 정치테러에 규탄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미흡한 현장 대응, 가짜뉴스 유포 등의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 전원은 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비상 의원총회 직후 이같이 말하며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 대표의 빠른 회복과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 피습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그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 모두발언에서 “테러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간에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 범죄 행위를 넘어 인간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사회를 지향하는 모두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모두 규탄 목소리를 냈지만 이 대표가 피습 당한 직후인 지난 2일부터 여전히 혐오정치는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전을 방문해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관련 소식을 접하고 “제가 방금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님께서 괴한으로부터 피습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알렸다. 이때 현장에 있던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박수와 환호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어떤 지지자는 ‘쇼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가운데 가짜뉴스도 인터넷상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이 대표 피습 직후인 정오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칼에서 찔린 게 아니라 나무젓가락이다’ 등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글과 영상 등이 유튜브 등 각종 sns상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이유로 정치의 극단화를 짚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증오표현이 일상화됐다. 소위 1인 방송이라 하는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고 또 자극적으로 해야 관심을 끌게 됐다. 혐오와 증오의 정치가 폭발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보수진영 사람들이 저한테 공격하는 논리가 뭐냐면 이재명 대표가 가만히 있어도 가서 좀 때려야 되는거 아니냐라는 거다”며 “사람들이 정치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되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미워하니까 악마고, 악마니까 죽어도 된다는 발상”이라며 “미워하니까 저건 쇼다 라고 하는 거다. 이게 현 정치권의 상황이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 지도부는 음모론과 관련해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유튜브 방송 중심으로 또는 일부 종편 등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이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 있었다”며 “당 차원의 대책기구를 통해 법적, 정치적 대응을 다 하겠다.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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