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위태롭다. 태영이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다. 뒤늦게 자회사 매각대금을 투입했지만, 등 돌린 채권단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의사결정권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있다. 워크아웃 무산-법정관리에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11일 협의회 결의까지 남은 일주일이 태영 입장에선 매우 중요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전날(4일) 그룹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간 워크아웃 진정성 의심 논란과 함께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최근 간담회에서 자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지 불과 하루만이다.
태영이 제시한 자구안은 네 가지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됐다. 블루원 지분을 담보로 한 자금도 티와이홀딩스 채무상환 용도로 알려져 채권단 심기를 건드렸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에 관해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티와이홀딩스에 따르면 1549억원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부터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리테일 채권 상환, 태영건설 공사현장 운영자금 등에 순차 지원됐다.
다만 리테일 채권 외 나머지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가 티와이홀딩스에 지급청구될 경우,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이를 상환하는데 일부 사용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티와이홀딩스는 대주주 사재출연 내역도 공개했다. 윤세영 창업주 회장 등 사주일가는 태영인더스트리 지분매각 대금 416억 원 이외에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 등을 위해 사재 484억원을 털었다.
자구안을 이행했지만 워크아웃 실행 조건인 채권단 75% 동의를 구할 수 있을 진 미지수다. 자구계획이 모호해서다. SBS지분 매각은 끝내 언급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도 주말까지 대안 마련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자구안을 이행했다고 해도 (채권단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당장 내긴 어렵다”라며 “다음 주 결의가 예정돼있어서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태영 측은 나머지 자구계획도 약속대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블루원 등)현안은 계속 협의 중이고 아직 정해진 건 없다”라며 “협의 결과에 따라서 (자구안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