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대한민국=주적’ 규정과 ‘완전 초토화’ 위협 평가

김정은의 ‘대한민국=주적’ 규정과 ‘완전 초토화’ 위협 평가

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기사승인 2024-01-10 08:59:12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월 8일과 9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면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주적(主敵)’으로 간주함으로써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월 10일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의하면 김정은은 현지지도 과정에서 “근 8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우리 정권과 체제를 뒤집자고 피눈이 되여 악질적인 대결사만을 추구해온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이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정은은 ‘대한민국 족속들’을 북한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적대국’과의 관계에서 북한이 제일로 중시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억제력 강화”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까지 위협했다.

김정은은 북한이 “결코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북한에게는 그런 ‘의지와 역량과 능력’이 있으며 앞으로도 드팀 없이(조금도 흔들림 없이) 계속 확대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간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2020년 6월 19일에도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동족이라고 선의의 손을 내밀었던 우리가 확고한 주적 관념을 가지고 북남 사이의 모든 접촉공간을 완전차단해버리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남조선 당국자들이다.”라고 문재인 정부를 ‘주적’으로 간주했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서 남한이 갑자기 북한의 ‘주적’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을 ‘주적’으로 간주했다가 ‘주적’ 대상에서 제외하고, 다시 ‘주적’으로 간주하는 등 상황에 따라 급격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2021년 10월 21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그들의 억제력은 특정한 국가나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국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되였다.”고 주장했다.

김여정도 2022년 4월 5일 발표된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은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인데 그 이유는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여정은 그로부터 4개월 후인 같은 해 8월 11일 발표한 담화에서 “동족보다 동맹을 먼저 쳐다보는 것들,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저 남쪽의 혐오스러운 것들을 동족이라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자멸행위는 없다.”라고 하면서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며 혁명투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근본요인은 계급의식”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한다고 강조한 것과 최근 현지지도를 통해 유사시 “수중(手中)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 모두 남한을 ‘같은 민족’으로 보지 않겠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초강경 대응은 모두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한 ‘핵전쟁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보는 북한의 매우 자의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 판단에 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노선 변화는 북한이 해방 직후부터 남북한 ‘혁명세력’의 통일전선 형성에 의해 통일정부를 구성하려는 ‘혁명주의적 통일전략’을 추진하다가 1948년 남북한에 두 개의 분단정권이 수립되자 북한의 우월한 혁명무력에 기초하여 통일을 달성하려는 ‘군사주의적 통일전략’으로 바꾸어 전쟁을 향해 나아간 것과 유사하다.

2023년 10월 4일, 미 외교전문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에 따르면 9월 7~18일 미 성인 3242명을 조사한 결과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응답은 50%였다.

2021년 같은 조사에서는 63%, 2022년에는 55%였다. 집권 민주당 지지층 57%는 미군의 한국 방어를 지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46%만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미군의 한국 방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총 49%였는데, 공화당 지지층의 53%는 미군의 한국 방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전쟁 피로감으로 미 국민들의 한국 방어 의지가 계속 약화되고 있는데 한국의 운명을 미국이나 북한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북한과 핵무기로 전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오판과 자만’에 의한 전쟁 도발을 막기 위해, 미국의 정권교체에 의해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한국의 자체 핵보유가 필요하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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