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인천 ‘건축왕’,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15년 구형

반성없는 인천 ‘건축왕’,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15년 구형

기사승인 2024-01-17 18:53:17
지난해 4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 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 사진=박효상 기자

검찰이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A(62)씨에게 징역 15년과 함께 범죄 수익 115억여원 추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2000명 이상의 세입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마치 저렴한 전세보증금을 받으며 자선사업을 했던 것처럼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사업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범행을 이어왔다”며 “공인중개사들은 임대인의 지시와 함께 성과급까지 받으면서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A씨 등은 사기죄에 대한 무죄를 주장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의 사기 혐의는 관련 요건에 해당 사항이 없다”며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의 다른 변호인도 “재판도 하기 전에 피고인들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수렁에 밀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부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아내까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고 하며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부동산 질서도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을 고려해 피고인들이 제대로 죗값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A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 453억원(563채) 가운데 148억원만 이날 재판에서 다뤄졌으며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372채)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A씨는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횡령한 공사대금을 메꾸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사용하면서 보유 주택의 경매와 전세보증금 미지급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2∼5월에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검찰은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A씨 일당에게 ‘범죄집단조직죄’도 적용했다. A씨는 앞서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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