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등급분류 권한, 민간 이양 기대와 우려는

게임등급분류 권한, 민간 이양 기대와 우려는

“민간 주도 분류, 유연 대처 가능할 듯”
제도 이행 실효성 담보는 미지수…전문·투명성 확보 필요

기사승인 2024-02-07 11:00:02
윤석열 대통령이 1월30일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일곱번째,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게임 등급분류 권한을 민간기관으로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빠른 산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부족한 강제력 등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0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게임물 등급 분류를 단계적으로 민관으로 넘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서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로 게임 등급분류를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의도다.

전병극 문체부 1차관 역시 지난 1월29일 사전 브리핑에서 “아주 예외적인 사례를 빼고는 사실상 모든 권한이 민간에 이양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방침을 밝힌 이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일 한국게임학회는 민간기관인 GCRB로 게임 등급분류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우려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간기구인만큼 정부 정책 기조 등에서 자유로울 수는 있으나 업계 압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이승훈 게임컨텐츠학과 교수는 “GCRB 역시 10년 넘는 기간 동안 (심의를) 해왔기에 기준이나 절차 등이 체계화돼 있다”며 “충분한 준비 후 이양은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간 기관이 관리하게 되는 만큼 강제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해상 단국대학교 법과대 교수는 2019년 발표한 논문에서 강제성이 있는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 중심의 제도 확대는 집행의 실효성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는 부족한 법적 강제력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했다. 북미는 대부분 업체가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SRB)로부터 등급을 받도록 하는 정책을 갖췄다. 아울러 게임사에 금전적 패널티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게임물 등급분류 제도인 범-유럽 게임 정보(PEGI)는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독일 등에서는 법을 통해 이를 따르도록 강제성을 부과하고 있다.

등급분류세부기준. 게임물관리위원회 갈무리

한편에선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GCRB가 게임 등급분류를 전적으로 맡는다면 게임 산업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다. 게임 산업은 변화 속도가 빠르고 해외 산업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유연한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성한 세종사이버대학교 게임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는 “민간이 주도하면 자유도가 높아져 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과 민간을 넘어 과도기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의위원의 전문성은 공공⋅민간 모두에서 꾸준히 지적돼왔다. 게임위 심의 위원들 경력이 게임 산업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6월1일 문체부는 전문성을 우선해 신임 위원을 위촉했다고 밝혔지만, 확률형 아이템 정보 모니터링단이나 사후등급분류 모니터링 요원 등 전문성 부족 문제는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 민간기간인 GCRB 역시 마찬가지다.

등급 분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게임위에서는 분과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검토 의견은 확인할 수 없다. 분과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자료검토 후 심의표에 표시’라는 내용으로 갈음돼 있고 결과만 기재되는 식이다. GCRB는 등급분류나 운영회의 등 회의록을 게시하지 않는다. 등급분류회의 개최 일자외 시간, 몇 건을 심의하는지만 회의 안내를 통해 알 수 있다.

배 교수는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면 위험 요인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반면, 과도하게 대처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항상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 가지고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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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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