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인근 거주민들이 먼지와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법적 기준을 초과한 현장만 행정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독립문삼호아파트 측은 ‘경희궁유보라’ 아파트 공사 중단과 함께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희궁유보라’는 서울 서대문구 영천구역 주택재개발 정비 사업으로 짓는 2개동 주상복합건물이다. 지난 2022년 11월 착공했고, 오는 2026년 3월 준공(예정)이다. 시공사는 반도건설이다.
‘경희궁유보라’ 현장 맞은편에 독립문삼호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곳에 사는 약 900가구가 비산먼지(일정한 배출구 없이 대기 중에 직접 배출되는 먼지)와 소음, 진동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삼호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는 우선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9시 이전과 오후 6시 이후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삼호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비산먼지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고생했는데 이젠 지하층 작업을 하면서 암반굴착공사를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한다. 58㏈ 소음과 진동이 하루 종일 이어 진다”며 “노약자나 어린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어떤 이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법적 기준 이내에 발생하는 소음이니까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며 “피해보상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법 상 주거지역을 기준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엔 소음이 65㏈을 넘으면 안 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 사이엔 50㏈을 초과해선 안 된다.
‘경희유보라’ 건설현장은 다만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어 처분 대상이 아니다. 실시간 공사 소음은 60㏈ 전후며, 미세먼지(지름이 10㎛ 이하인 먼지·PM10)도 50㎍/㎥ 아래로 측정됐다.
건설사도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도심공사라 소음이랑 먼지가 발생할 텐데, 삼호 아파트에서 민원을 제기한 건 맞다”라며 “공사 중에 법적 기준을 초과해서 과태료를 받은 건이 없고 최대한 소음과 분진이 없도록 공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대문구는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행정지도에 나선 것으로 밝혔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주민 불편에 충분히 공감 한다”라면서도 “행정처분을 하고 싶어도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처분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방문해서 관리자, 감독관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최대한 소음을 줄이도록 거의 매일 행정지도를 하고 있고, 여건이 안 되면 유선으로라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