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저작권 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는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류 게임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이번엔 신작 게임 ‘롬’을 정조준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2일 롬(ROM⋅Remember Of Majesty)이 ‘리니지W’ 콘텐츠 등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게임 콘셉트 등이 리니지W의 게임 구성 요소 선택, 배열 등과 같다는 주장에서다.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와 공동 서비스에 나선 신작 MMORPG ‘롬’은 27일 오전 10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글로벌 정식 출시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씨가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가 만든 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로 고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대표는 공식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올려 엔씨소프트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엔씨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부분이 오랫동안 전 세계 게임에서 사용해온 ‘통상적인 게임 디자인’ 범위 내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신 대표는 예정대로 이날 오전 10시에 게임을 출시할 것이며 ‘맞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과장된 홍보자료 배포 행위가 정식 서비스를 방해하고 모험가님들의 심리적 위축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에서 진행된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며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선전포고했다.
쿠키뉴스에 입장을 전한 레드랩게임즈 관계자는 신 대표의 입장문 발표 배경에 관해 “소장이 도착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기다리는 이용자분들을 위해 ‘유저 케어’ 목적으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쟁점인 ‘MMORPG다움’이 역설적으로 롬의 흥행 성패를 가를 요인이다. 지난해 MMORPG 시장이 침체된 틈에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퍼즐 게임 등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익숙한 게임에 대한 수요도 여전해서다.
글로벌 모바일앱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는 2023년 발표한 자료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시장 모바일 부문에서 단연 MMORPG 매출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롬은 신 대표가 지난 1월4일 한국⋅대만 공동 미디어쇼케이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장르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그는 “클래식 RPG에서 느끼는 성장과 협동의 재미를 극대화했다”며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하드코어 이용자를 위해서 PK(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방식) 자유도를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전투를 통한 즐거움과 확실한 보상이라는 기본 재미에 충실하면서 영지전, 공성전, 군주전 등 다양한 유형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스토리를 시즌제로 운영해 6개월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한다는 차별점도 있다.
다양한 국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신작 롬이 갖는 특징이다. MMORPG는 이용자 간 커뮤니티가 중요하고 대규모 인원이 함께할수록 재미가 커진다. ‘지금, 세계는 하나의 전장이 된다’는 게임 슬로건처럼 글로벌 통합 전장을 운영한다. PK에서 서버 지연에 따른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서버 위치 선정에서도 네트워크 지연이 균등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신경쓰기도 했다.
무리한 과금을 해결하려는 장치들도 눈에 띈다. 아이템을 뽑기로 획득하는 걸 최소화하고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재화를 얻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캐릭터가 원거리⋅근거리 공격이 모두 가능하도록 했고, 여러 버프 옵션이 있는 ‘매지션(직업)’ 등 무⋅소과금으로 게임 퀘스트를 수월하게 완수할 수 있는 요소들도 마련해놨다.
관건은 이용자들 반응이다. CBT(Close Beta Test) 단계서부터 리니지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도용 의혹으로 법적 분쟁까지 휘말려서다.
이에 누리꾼들은 “MMORPG라는 장르의 근본적인 특성”이라는 관점과 “리니지와 똑같다”는 관점으로 나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달 미디어 쇼케이스에서도 나온 바 있다. 당시 MMORPG 장르를 둘러싼 표절 시비가 있었다며 분쟁에 휘말릴 요소가 없는지 묻는 질문에 신 대표는 “기본적으로 MMORPG 구성 요소를 따라가고 있다”며 “법률적 필터링이 있었다”고 답했다.
레드랩게임즈 관계자는 “소장 내용을 확인해봐야 하기에 현재 공식적으로 대응 방침이 정해지진 않았다”며 “지금은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서비스를 잘 준비해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다들 노력했다”면서 “단순하고 합리적으로 게임 상품을 구성했다. 글로벌 베타 테스트 때는 상점을 닫아놔 이용자들이 확인하지 못했는데, 출시하면 이러한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