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이 오는 4월 선보이는 연극 ‘천 개의 파랑’에 로봇 배우가 출연한다. 국립극단 7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8일 국립극단에 따르면 천선란 작가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천개의 파랑’이 4월4일부터 같은달 28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안락사 위기에 놓인 경주마 ‘투데이’, 하반신이 부서져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척추성 소아마비를 가진 ‘은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연재’ 등 약자들의 우정과 연대를 다룬다.
로봇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다. 로봇 이름도 ‘콜리’로 지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제작한 로봇이다. 키 145m에 얼굴은 LED로 제작해 눈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브로콜리 색 몸통엔 스피커가 달려 대사를 내보낼 수 있다.
국립극단은 “콜리는 상반신과 팔, 손목, 목관절 등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며 “조명장치 제어 시 사용하는 ‘DMX 신호’로 큐사인을 받아 자동으로 움직이거나 같은 역을 나눠 소화하는 인간 배우로부터 도움을 받아 움직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극단은 오작동을 대비해 콜리와 같은 사양의 커버 배우도 준비했다.
공연엔 국립극단 시즌단원 윤성원, 이승헌, 최하윤, 허이레와 객원 배우 김기주, 김예은, 김현정, 류이재, 장석환 등이 출연한다.
‘햄버거 먹다가 생각날 이야기’ ‘어부의 핵’ 등 고도화된 기술이 만들어낸 초연결 세계의 이야기를 다뤘던 장한새 연출과 ‘왕서개 이야기’ ‘붉은 낙엽’으로 동아연극상을 받은 희곡작가 김도영이 호흡을 맞춘다.
장 연출은 “우리 모두 언제든 서로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워진다”며 “이 작품이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아가 연대하는 행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