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학계,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국내⋅외 저작권 분쟁으로 게임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관계 부처 간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AI 개발과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은 AI와 접목 가능성이 가장 높아 크게 주목 받는 분야지만, 법적 논의 등은 현재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IT⋅통신 분야 최대 행사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최고 화두는 AI였다. AI와 게임을 접목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쥬는 AI가 이용자를 육상경기 선수로 등장시키는 게임을 선보였고, 독일 T모바일은 가상 축구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렸다. 전 세계적으로 AI를 이용자들에게 친숙하게 선보일 수 있는 도구로 게임을 택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게임과 AI 융합 지침은 공백 상태다. 지난해 12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했지만, 내용이 모호하고 강제성도 부족해 권고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성형 AI 이용자’는 ‘기존 저작물과 같거나 유사한 산출물’을 만들어 냄으로써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문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AI 활용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문제가 저작권 부분”이라며 “활용 윤리는 물론이고, 창작 윤리와도 맞닿아 있다. 활용 범위도 이미지부터 음성까지 다양하기에 고려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는 이미지나 영상 등 기존 자료를 학습한 후 이를 토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므로 저작권 문제와 관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임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추세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AI 윤리 정책에 집중하고 있고, 엔씨소프트 역시 AI 윤리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게임사 간 분쟁뿐만 아니라 게임사와 일반 제작자 사이에서도 AI 저작권 관련 이슈가 터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 분쟁이 충분히 발행할 수 있다”면서 “팰월드도 초반 적은 규모 인원으로 많은 수의 캐릭터를 뽑아내면서 ‘AI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억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유성이 높은 분야이므로 외부에서 이용하고 개발하는 내용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법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도 많다”고 덧붙였다.
AI를 게임에 활용하는 건 이미 활발하다. 신작 게임 ‘더 파이널스’ 내레이션과 캐릭터 음성 일부를 AI를 통해 구현한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나 딥러닝 기술을 게임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크래프톤을 꼽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블록스는 지난 2월6일 AI 기반 자동 채팅 번역 기능을 출시했다. 게임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AI 어시스턴트 베타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캐릭터 등 이미지⋅영상 분야에서 AI 활용은 ‘뉴노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슈퍼캣은 인디 게임 플랫폼 펑크랜드에 AI 이미지 생성기 도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월21일 발표한 ‘2023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그래픽⋅디자인 직군이 AI 등 신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은 지난 2019년 36.8점에서 2023년 62.8점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게임 분야 학과에서도 AI를 활용한 과제를 내는 등 적극적인 분위기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AI를 활용한 과제를 내라고 학교에서도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술 부문 전공 학생들은 보통 캐릭터나 배경 디자인을 어려워하는데,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을 통해 꽤 괜찮은 작업물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했다.
업계에서는 AI 저작권과 관련해 정부, 학계, 기업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업계 관계자는 “학습 데이터로 만든 생성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설명하면서 “명확한 지침이 없다보니 ‘선 개발, 후 규제’로 제약을 받는 부분이 많아 조심스럽다. 논의가 활발해지면 보다 적극적인 연구, 적용이 가능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