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붐’을 대하는 게임사들의 온도차가 극명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K-로블록스’를 기대하지만, 한쪽에서는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관망세에 돌입했다.
1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컴투스 자회사인 컴투버스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지난 4일부터 잠시 운영을 멈추고 컨벤션센터를 위해 개편을 준비 중이다. 서비스 시작 7개월 만이다. 컴투버스는 서비스 시작 당시 ‘올인원 메타버스 플랫폼 개척자’를 공언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정리하거나 멈춰 선 곳은 컴투스뿐만 아니다.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 1월19일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 가량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컬러버스도 지난해 11월 PC 메타버스 게임인 퍼피레드 모바일 버전 사업 중지를 알렸다. 이용수 컬러버스 대표는 퍼피레드 서비스 종료를 알리며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컬러버스는 카카오게임즈와 넵튠이 지난해 9월 기준 각각 지분 10.71%, 44.28%를 가지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게임 시장 침체가 메타버스 진출을 주춤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어렵다보니 당장 잘할 수 있는 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엔 새로운 먹거리가 되겠지만, 지금은 자체적으로 별개 매출이 잘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6일부터 ‘미니버스(Miniverse)’ 컨셉 아트, UI 제작 인력 등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 ‘오버데어’ 북미와 한국 법인을 설립한 크래프톤은 지난달 26일 서클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서클은 미국 글로벌 금융 기술 회사로, 스테이블 코인 USDC 발행사이기도 하다. 경제 시스템 구축이 메타버스 기술 핵심인 만큼, 사업 확대에 더욱 힘을 받으리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주춤하던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 훈풍이 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타버스에 필수 요소인 가상화폐 중 비트코인이 연일 강세여서다.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지난 8일 사상 처음 7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지난 6일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산업계‧전문가 등과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강 제2차관은 정부 역시 혁신적이고 건전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위해 시행령 마련, 플랫폼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실제 산업 활성화까지 이어지기에는 NFT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 “아직은 청사진 수준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자체적으로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봤다. “급작스럽게 메타버스 붐이 일며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졌다”면서 “인프라와 기술력, 콘텐츠 모두 부족하다. 메타버스 커뮤니티와 경제 체계 등도 형성돼야 하기 때문에 ‘K-로블록스’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물리적 기반 마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아현 순천향대 메타버스&게임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앱 시장 활성화도 기기 자체 보급률이 일정 정도를 넘어섰을 때부터 이뤄졌다”며 “메타버스는 굉장한 변화를 불러오겠지만, 일단 콘텐츠를 즐길 기기 판매량이 받쳐줘야 성장이 이뤄지기 시작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방향성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수요가 커지며 성숙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다”면서 “로블록스 등 선두 세력 영향력이 크다. 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킬러 콘텐츠 개발로 일정 부분 방향을 잡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