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소아과 의사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소아심장을 다루는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대한소아심장학회는 지난 12일 호소문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근거가 빈약한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이라며 “필수의료과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인데, 필수의료과 의료진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미명 아래 일선에 있는 전문가의 의견 수렴은 물론 충분한 논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묵묵하게 헌신해 왔으나 필수과이자 기피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소아심장 전문의사로서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고 수준을 갖춘 고도의 전문 의료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저수가와 과도한 업무량, 의료 분쟁으로 인한 위험 부담 때문에 일찌감치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로 전락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선천성심장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들이 대한민국에 존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밀어 붙이기와 실효성이 부족한 필수의료 패키지는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로 위태로운 상황을 겨우 버텨오던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들까지 허탈감을 갖고 하나둘씩 무너지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회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들이 정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열악한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처음부터 재점검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는 현 의료상황이 더 이상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벼랑 끝에 내몰린 의료사태를 현명하게 타계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자 방법”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도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학회는 지난 11일 “대규모 의대 정원 확대만을 해결의 선결 조건으로 고집하는 정부 대책으로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의 소멸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임박한 필수의료 진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로 필수의료 소생에 앞장서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