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80세 총장의 놀라운 프런티어 정신

[조한필의 視線] 80세 총장의 놀라운 프런티어 정신

기사승인 2024-03-18 09:41:35
강일구 호서대 총장은 1944년생, 올해 80세다. 60대 필자가 보건대 그는 나보다 더 젊다. 최근 그가 펴낸 책 ‘꿈을 역사로’를 읽고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2022년 가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시절, 강 총장이 내가 근무하는 공주를 찾은 적이 있다. 마침 무령왕릉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안내했다. 강 총장은 역사신학자다. 한국사를 전공한 나와 그는 역사가 공통분모다.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미래를 향한 펄펄 뛰는 정열이 전해졌다. 그의 책 표현대로 ‘정신의 근육’이 단련된 탓일까.  ‘생각하는 힘’이 샘솟았다.

이번에 그의 책을 읽고 또 느꼈다. 그는 영원한 젊은이다. 호서대가 겪은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으면, 대학의 새로운 방향을 구성원에게 제시하고 있다. 미래는 누구나 외칠 수 있다. 그러나 과오를 뉘우치면 새로운 미래를 부탁하기는 쉽지 않다. 강 총장은 낮은 자세로 힘을 모으고자 한다.

강일구 호서대 총장

30년간 벤처대학을 표방하며 거쳐 온 시행착오를 반성했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겪은 것들이었다. A교수를 믿고, 기업을 설득해 모은 기부금으로 벤처학생을 키우라고 맡겼는데 자기 실속만 차리고 있었다.

잘 나가는 반도체 기업 B회장이 캠퍼스 안에 공간을 마련해 주길 원했다. 회사를 성장시켜 호서대 학생들도 많이 취업시키고, 대학에 기부금도 내놓겠다고 했다. 학교 예산으로 건물을 지어줬다. 그런데 B회장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달리하며 후계 경영인과 순조롭게 인연이 이어지질 않았다. 대학으로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 강 총장은 성급한 투자로 ‘닭 쫓던 개 꼴’이 됐다고 엄정하게 평가했다.

“너무 성급하게 벤처를 밀어붙였다.” “눈앞의 이익이 어른거리자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톱다운 리더십이 문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 수장 누가 이렇게 참회록을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제 호서대는 벤처정신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변혁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강 총장은 대학의 학과 경계를 부수려 한다. 교수와 학생들이 프로젝트로 헤쳐 모이길 원하다. 이른바 크루(Crew)공동체다. 마음이 맞는,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뭔가를 만들어 내자는 얘기다. 타율적 학과제에서 자율적 크루공동체로 전환이다.

강일구 호서대 총장이 펴낸  ‘꿈을 역사로’ 표지.   호서대

교수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지 말고, 학생이 원하는 것을 찾아 가르쳐야 하는 시대다. 그런 관점에서 강 총장은 선구자다. 프랑스의 별난 대학 에꼴42(Ecole42)를 소개했다. 입학시험도 없고, 등록금도 없고, 교수도 없고, 시험도 없다. 재학생들이 온라인에서 게임하듯 배틀을 통해 신입생을 뽑는다. 입학하면 자기들끼리 주제를 정해, 토론을 통해 ‘하고 싶은 걸’ 한다. 이곳 졸업생을 구글·MS·아마존 등에서 우선적으로 모셔간다고 한다.

강 총장은 학생을 이런 창의적 인재로 키우려한다. 그들이 멀지않아 생길 스테이션 H(호서)에서 맘껏 벤처하길 원한다. 여기에 크고 작은 기업을 상주시키고, 벤처캐피털·펀드를 끌어들인다. 커피숍·음식점·바 등이 있어, 벤처인들은 그 안에서 생활하며 나의 크루를 만날 수 있다.

강 총장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서울신학대로 진학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의 드루대서 역사신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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