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주부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본격화된다고 예고하자, 의대 교수들이 나서 전공의들의 처벌을 철회하고 대화의 장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방침을 철회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토론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지난 20일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이후 대학과 병원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집단사직과 휴학으로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 의대생들의 복귀 가능성은 영구적으로 희박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처벌을 거둘 경우,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의 위원장이기도 한 방재승 서울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은 전날 YTN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연세의대교수 비대위)도 의료계와 소통에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의대교수 비대위도 이날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돌아와 대한민국 의료가 급속히 추락하지 않도록, 그리고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및 그 배정안을 철회하고 대화의 장을 열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대하듯 하며 각종 행정 명령을 남발하고, 면허 정지나 법정 최고형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제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올 길은 요원해졌다. 일말의 희망을 걸고 기다려 온 길을 정부가 막아버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교수의 사직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시간이 가면서 탈진하는 교수진들이 더 이상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 여력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정부의 정책안 발표만으로도 이미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 분야 현장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만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세의대교수 비대위는 “교수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전문가 소리에 경청하고 전공의,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 39개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회의를 열고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