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한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화재가 발생해 62명이 사망하고 14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로이터, 타스 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오후 8시쯤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6200석)에서 기관총을 든 무장 괴한 3명이 민간인들에게 무차별로 총을 쏘고 대형 화재를 일으켰다. 현재까지 62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지 영상에 따르면 반복되는 총성 속에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출구로 달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몇몇 남성들이 여러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거나 움직이지 않은 채 누워 있는 희생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사건을 목격한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특파원에 따르면 위장복을 입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남성 3명이 가판대를 뚫고 홀에 들이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들을 총으로 쏘면서 수류탄 혹은 소이탄으로 보이는 폭탄도 던졌다. 공연장 보안요원들은 총기를 갖고 있지 않아 저항하지 못했다.
이후 건물이 차단되고 화재가 발생해 3분의 1가량이 불에 휩싸였다. 나중에 구조대가 투입돼 약 100명의 사람들을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왔고, 응급처치를 받은 후 모스크바와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헬리콥터가 동원돼 진화 작업을 벌였다. 오후 10시쯤부터 지붕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화재 면적은 1만29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8시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록 그룹 피크닉의 두 차례 콘서트 중 첫 번째 콘서트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티켓이 대부분 매진된 공연이었고, 청중은 대부분 공연장에 있었다. 피크닉 멤버들은 다치지 않고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피비린내 나는 테러 공격”이라며 국제사회가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테러 공격에 대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이를 즉시 모스크바로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분 만에 총격이 시작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러졌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있으며 필요한 모든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끔찍한 비극이 발생했다”라며 “피해자들의 소중한 분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모든 공개 행사도 취소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IS는 이날 총격 사건이 알려진 직후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IS 전투원들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대형 모임을 공격했다”며 “수백 명을 죽이고 부상을 입혔으며 그들이 안전하게 철수하기 전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또 전투원이 무사히 본부로 복귀했다고도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극단주의자가 모스크바에 공격할 시기가 임박했다고 2주 전 경고한 바 있다. 경고 몇 시간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ISIS-호라산 또는 ISIS-K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의 모스크바 공격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 반군과 이슬람국가(IS)에 맞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며 시리아 내전의 흐름을 바꾼 바 있다. ISIS-K는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 집착해왔고 푸틴 대통령을 자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15~17일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성공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