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사랑’ 손흥민…원팀으로 거듭난 한국 축구

‘이강인 사랑’ 손흥민…원팀으로 거듭난 한국 축구

‘탁구 게이트’로 다퉜던 손흥민과 이강인
26일 태국전 합작골 터뜨리며 우려 불식
‘원팀’ 한국 축구대표팀 주축으로 거듭
이강인 끌어안은 손흥민 “더 잘해줬으면”

기사승인 2024-03-27 09:17:37
경기 종료 후 서로를 끌어안은 7번 손흥민과 18번 이강인.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탁구 게이트’ 늪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합작골을 터뜨리며 남았던 우려마저 불식시켰다. 이제 이들은 ‘원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축으로 거듭났다.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태국과 원정경기에서 이강인이 돕고 손흥민이 골을 넣는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완승했다. 

‘탁구 게이트’ 이후 화해의 손을 맞잡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함께 선발 출격했다. 이들의 합작골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다. 지난 21일 태국전에서 약 40분간 짧은 호흡을 맞춘 손흥민과 이강인은 이날 동반 선발 출격으로 태국 골망을 조준했다.

두 선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절정의 호흡을 자랑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상대 수비 진영에서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내줬다. 이어 손흥민이 환상적인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낸 뒤 태국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노려 골망을 흔들었다. 불화설에 휩싸였던 이강인과 손흥민이 만든 합작골이기에 의미가 더 깊었다. 골이 들어가자, 이강인은 웃으면서 달려가 손흥민에게 안겼다. 손흥민도 그런 이강인을 밝은 미소로 맞았다. 

한국은 손흥민과 이강인 활약 덕에 태국을 3-0으로 완파하고 지난 21일 태국전 무승부를 만회했다.

골을 넣고 기뻐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이날 경기 후 손흥민은 이강인에 대해 “축구하다 보면, 서로 승부욕 때문에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강인도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 100% 확신한다”면서 “수도 없이 말했지만, 기술적인 부분이나 축구 재능 등 어떤 면을 보더라도 이강인은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 선수다. 모든 국민이 본인 행동을 보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 선수 생활 했으면 좋겠다”라고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강인과 펼친 포옹 세리머니를 생각하면서 “골을 넣고 오랜만에 (이)강인이를 와락 안았다. 너무 귀엽더라. 앞으로 더 잘했으면”이라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난 21일에도 손흥민은 이강인을 치켜세운 바 있다. 당시 태국과 홈경기를 마친 손흥민은 “잘하고 재능도 많은 선수다. 내가 특별히 할 건 없다. 이강인이 교체로 들어와 분위기를 바꿨다”면서 “아시안컵에서도 호흡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이강인이 한 단계 성장하는 순간을 매번 느낄 수 있다. 같이 경기하면 즐겁다. 더 잘해주고 싶다”고 비판 여론이 많았던 이강인을 감싸 안았다.

앞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소위 ‘탁구 게이트’라 불리는 내홍을 겪었다. 대표팀 주축 선수 손흥민과 이강인은 휴식 시간 행동을 두고 크게 다퉜다. 저녁 시간에 탁구를 치러가던 이강인을 손흥민이 말리는 과정에서 언쟁과 몸싸움이 있었다는 게 주 내용이다. 대표팀의 현재와 미래가 내분을 불렀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사건은 대회 이후 두 선수가 화해하면서 일단락됐다. 이강인은 영국 런던으로 직접 날아가 손흥민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며 먼저 사과했다. 손흥민도 넓은 마음으로 이강인의 사과를 받았다. 하극상 문제가 불거진 이강인은 이번 3월 A매치 소집 과정에서 추가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다시 한번 선수단과 관계자,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20일 이강인은 “앞으로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함께 기뻐하는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KFA

다툼 후 첫 소집부터 손흥민과 이강인은 비온 뒤에 땅이 굳듯, 팀웍에 문재가 없다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렸다. 손흥민을 향한 이강인의 킬패스는 여전했고, 이를 받은 손흥민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다운 명불허전의 골 결정력을 뽐냈다. 

이들은 경기장 외적으로도 친밀한 모습을 보이면서 모든 우려를 없앴다. 손흥민은 이강인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진심 어린 사랑을 담아 인터뷰에 임했다.

이강인은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대선배’ 손흥민에게 진정성 있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소집 과정에서 두 선수가 서로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자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 대표팀은 다시금 진정한 ‘원팀’이 됐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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