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서사와 관계성, 세계관에 공들이는 게임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조작과 액션 등에 집중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스토리에 가장 집중하는 곳은 ‘네오위즈’다. 지난 25일 넥슨 ‘마비노기 영웅전’ 개발에 참여한 이상균 디텍터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디렉터는 소설 ‘하얀 로나프강’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게임 ‘검은 방’ 등 탄탄한 스토리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겸 개발자 진승호(필명 수일배)를 영입하기도 했다.다른 게임사도 마찬가지다. 넷마블은 드라마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을 다음 달 출시한다. 유명 웹소설⋅웹툰 원작인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 역시 5월에 선보인다. 각각 사전 등록 100만명, 500만명을 넘겼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이를 모으고 성장시키는 컴투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넥슨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게임도 캐릭터 간 관계성을 구축하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버섯커 키우기’ 등 촘촘한 스토리보다는 단순한 게임이 강세인 것과 달라진 점이다. ‘모바일 원툴’에서 PC나 콘솔 이용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말 콘솔 이용시간은 119분으로 2022년과 비교했을 때, 9분가량 늘어났다. 특히 국내 게임을 하는 해외 이용자 중 PC⋅온라인과 콘솔로 한다는 비중이 47.8%에 달했다.
나혼렙 역시 콘솔로 플랫폼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나혼렙 미디어 쇼케이스서 “콘솔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스팀 진출 이후 콘솔 준비하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가려 한다. 빠르면 내년쯤으로 준비 시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은 스토리에 치중하기보다는 플레이 몰입도를 높이는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면서 “멀티 플랫폼 게임이나 콘솔이 유행이기도 하고 해외는 여전히 콘솔이 대세다. 스토리가 빈약하면 점차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글로벌까지 고려했을 때, 세계관에도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스토리 강화는 게임 외에도 웹툰, 웹소설, OTT 등 서사가 탄탄한 콘텐츠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 콘텐츠에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계속 게임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한데, 스토리가 이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가 동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관건이다. 세계관이 복잡하거나 이야기 설명에 치우친 경우, 몰입을 어렵게 만들고 지루함을 높인다. 서갑열 홍익대 교수는 “세계관에만 집중한 오픈월드식 게임들이 있는데 이용자가 방황을 많이 하면서 게임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게임 플레이 요소와 세계관을 엮어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에게도 어느 정도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게임을 한다는 건 현실에서 ‘부캐’가 유행했던 것처럼 또 다른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며 “이용자가 게임에 몰입하고 충성도를 갖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