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그토록 원하던 메이저리그(MLB) 데뷔를 코 앞에 뒀다. 이정후의 MLB 도전기는 첫 경기부터 쉽지 않다. 상대는 키움 히어로즈 시절 절친한 선배였던 김하성과 일본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다르빗슈 유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5시1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원정 개막전을 치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정후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부터 ‘레전드’ 이종범의 아들로 주목받았다. 팬들은 이종범의 별명인 ‘바람의 아들’에 빗대어 이정후를 ‘바람의 손자’라고 불렀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는 데뷔 첫 시즌부터 역대 신인 최다 안타(179안타)를 때리며 맹활약했다. 신인왕 역시 그의 몫이었다.
적응을 마친 이정후는 진가를 완벽히 뽐냈다.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5시즌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가장 빛났던 해는 2022년이다. 당시 이정후는 타율, 안타, 타점, 장타율, 출루율 5개 부문을 석권하며 정규시즌 MVP 영예를 안았다.
이정후는 지난해 2024년 MLB 도전을 선언하고 KBO리그 마지막 시즌에 임했다. 이정후가 뛰는 날이면 수많은 MLB 구단 스카우터들이 해당 구장에 방문했을 정도로 열기가 엄청났다. MLB 30개 구단 중 한 팀을 제외한 29개 구단이 이정후를 관찰했다. 이정후가 시즌 중반 부상으로 낙마했어도 이정후를 향한 MLB의 관심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관심이 대단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이정후는 팬들을 위해 홈 최종전에서 한 타석을 소화했다. 이 한순간을 보기 위해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고척돔을 찾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진심이 전해졌을까. 이정후는 스토브리그에서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520억원) 무옵션 보장 계약을 맺고 MLB 입성에 성공했다. 계약에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하면서 진정한 MLB 선수가 된 이정후다.
대형 계약을 따낸 이정후는 시범경기부터 이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이며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눈도장을 받았다. 밥 멜빈 감독은 시범경기 내내 이정후를 1번타자 겸 중견수로 내보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출루율+장타율) 0.911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40타석에서 단 4삼진만 기록하며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입증한 이정후는 MLB에 적응하지 못할 거란 우려를 보란 듯이 씻었다.
미국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올 시즌 이정후의 성적을 타율 0.289 10홈런 61타점으로 추측했다. 팬그래프가 예상한 이정후의 타율은 MLB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정후의 컨택트 능력이 미국 현지에서도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MLB 무대에서 연일 놀라운 모습을 선보인 이정후는 이제 개막전 출전을 정조준한다. 운명의 장난인지, 상대는 또 다른 ‘코리안리거’ 김하성이 속한 샌디에이고다. 김하성은 이정후와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합을 맞춘 절친한 동료다. 앞서 2021시즌 MLB에 진출해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미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김하성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 붙박이 5번타자로 활약할 전망이다. 지난 20~21일 서울시리즈에도 김하성은 5번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샌디에이고에는 일본 최고 선수인 다르빗슈 유도 있다. 샌디에이고 1선발인 다르빗슈는 평균 시속 150km 초중반 강력한 패스트볼에 더해 투심, 커브, 슬라이더, 커터, 스위퍼,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선수다. 지난 20일 서울시리즈 MLB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3.2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한 바 있다.
이정후는 지난해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한일전에서 다르빗슈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정후는 1회초 다르빗슈에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3회초 2사 2루에서 다르빗슈의 시속 153㎞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오는 29일 경기 선발투수로 예고된 다르빗슈는 이정후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감격의 MLB 데뷔를 앞둔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김하성과 다르빗슈를 맞아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 관심이 모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