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방치된 아산의 잘못된 문화유산 표시가 두 곳 더 있어 이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지역 관문인 KTX 천안아산역에도 10년 이상 된 오류가 그대로다. 아산의 오래된 호텔, 온양관광호텔 프런트 앞에도 잘못된 지역 역사 표시가 있다. 현충사, 천안아산역, 온양관광호텔은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곳으로 그 심각성은 작다고 볼 수 없다.
우선 현충사 안내판부터 보자. 왼편에 한국어와 일본어, 오른쪽에 영어와 중국어 설명문이 있다. 그런데 일본어 안내판이 이상하다. 첫째, 조선 숙종을 ‘제9대왕’이라 했다. 숙종은 19대 왕으로 명백한 오류다. 바로 위 한국어나 오른쪽 영어·중국어에서는 숙종이 몇 대왕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류가 쉽게 잡히지 않았을 수 있다. 왜 일본어만 몇 대왕인지 알리려다 이런 실수를 범했을까.
둘째, ‘일본의 지배로부터 개방(開放)된 이후’ 라는 표현. 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해방(解放)이 개방으로 둔갑된 걸 지금껏 아무도 몰랐단 말이냐.
일본어 설명문은 다른 언어 설명문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 모두 ‘국민의 뜻’으로 4월 28일 탄신제를 올리고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유독 일본어 설명에선 ‘지역 유지와 관계자에 의해’로 탄신제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현충사 유적 안내판은 내용 2011년 충무공이순신기념관 개관이 포함된 걸 볼 때 그 즈음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천안아산역이다. 역사내 화장실을 가다보면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유물들을 사진으로 소개하는 곳을 지나게 된다. 이 역은 천안·아산 접경지역에 있지만, 엄연히 아산 관내로 아산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건 당연하다.
조선시대 갑옷 사진을 전시하고, 그 위 제목은 고려시대 ‘정풍 7년명 금고(金鼓, 쇠북)’ 라고 적었다. 정작 금고 사진은 그 반대편에 있다. 제목을 중복 표시한 것이다. 이도 오랫동안 그대로였다. ‘언제 고치려나.’ 생각만 하고 지나친 자신을 또 탓할 뿐이다. 금고도 설명문이 잘못돼 종이 땜질을 해놓은 상태였다. 절에서 쓰는 도구라는 뜻의 ‘불구(佛具)’를, 있지도 않은 단어 ‘불구(拂具)’로 적었기 때문이다. 궁색하게 종이로 써 붙인 게 애처롭다. 바로 뒤에 더 큰 실수가 웅크리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온양관광호텔이다. 여기는 조선의 여러 왕이 온천하러 온 온양행궁이 있던 곳이다. 프런트 앞 벽면에 온양관광호텔 역사를 알리면서 1795년을 영조 19년이라고 표기했다. 정조 19년을 잘못 쓴 것이다. 온양에 왔던 부친 사도세자를 기리며, 영괴대(靈槐臺) 친필 휘호를 내린 정조가 할아버지 영조로 바뀐 것이다. 이것도 수년간 이대로 였을 것이다.
이런 갖가지 아산 문화유산 설명 오류를 제작 주체인 현충사(문화재청),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온양관광호텔의 무관심·무지 탓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 많은 관광객과 함께 많은 시민도 이곳을 지나쳤을 것이다. 누구도 주의 깊게 외국어 안내판, 유물 설명문을 보지 않았다.
‘개방(?)된 조국’에서 충무공 탄신제가 열리고 또 성웅이순신축제(4월 24~28일)가 성대하게 개최되고 있다. 향토 사랑에 향토사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동반됐으면 좋겠다.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