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말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정책은…” [청년 정치 간담회①]

청년들이 말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정책은…” [청년 정치 간담회①]

청년에 꼭 필요한 정책에는 ‘부동산, 고용, 양극화 완화’
청년들 “보여주기식 청년 정치 바꿔야”

기사승인 2024-04-05 15:21:15
지난달 31일 청년 정치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 패널. 왼쪽부터 서동휘, 한재원, 정혜윤, 김찬혁, 남권율 청년 패널. 사진=안겸비 대학알리 기자 

“국회에는 다양한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독일의 최연소 연방의원 안나 뤼어만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지난 2002년 불과 만 19세의 나이에 독일 연방의원에 당선돼 당시 청년 정치의 상징이 됐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는 청년 정치가 깊이 뿌리내렸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유럽 주요 국가들의 2~30대 청년 의원 비율은 10~30%대다. 한국은 3.7%로 110개의 국가 중 107위에 그쳤다. 그간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청년 정치’를 외쳤지만, 실상은 줄곧 ‘청년 없는 정치’가 되풀이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다시 청년을 찾고 있다. 청년 세대는 선거 ‘캐스팅보트’였다. 제21대 총선과 20대 대선, 8회 지방선거 모두 2030세대가 지지하는 진영이 승리를 거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각 정당은 저마다 새롭게 청년 조직을 신설하고 청년 특화 정책을 내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 국가장학금 확대, 청년 문화예술패스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년을 찾아보기 힘든 정치권에서 내놓은 정책들이 청년들의 고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하다.

청년들은 정치와 사회 이슈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달 31일 시민정치 교육 프로그램 ‘청년정치학교’의 수강생 5명이 모였다. 유튜버, 작곡가, 직장인 등 각자의 일에 종사하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워온 청년 패널들. 저마다의 가치관을 지녔지만, 지금의 청년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청년 정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당마다 요직에 청년 정치인을 등용하거나, 청년 특화 정책을 만들고 있다. 청년들은 현 정치권의 청년 정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찬혁 : 지금의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청년 정치인으로서 어떤 주도적인 정치를 펼치는 모습이 아니라, 단순히 공천을 결정하는 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모습처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남권율 : 사실 ‘청년 정치’라는 단어 자체가 생겨난 것이 안타깝다. 옛날 정치권에서는 청년 정치라는 말이 애당초 필요하지 않을 만큼 청년들의 진출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 정치는 단지 기존 정치권의 ‘보여주기’ 역할에 불과하다. 청년 정치가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더 많은 청년 정치인이 나타나야 한다.

서동휘 : 민주주의는 기반이 가장 중요하다. 청년 정치인도 정해진 프로세스를 통해 기반을 쌓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은 대부분 할당제, 청년정치전략기구 등을 통해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실수하더라도 정치권에서 퇴출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재원 : SNS가 확대되면서 청년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다. 매체를 소비하는 세대들도 점차 어려지는 추세다. 하지만 보도되는 청년 정치는 자극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

정혜윤 : 지금의 청년 정치는 단순히 기득권의 눈가림용에 불과하다. 사실 ‘청년’에 속하는 세대의 범주가 굉장히 넓고, 사회 내에서 각기 다른 역할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단순히 ‘청년’이라는 하나의 범주를 묶어 놓고 정책을 정하거나 판단하고 있다.

청년들은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세대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안겸비 대학알리 기자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남권율 :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가야 정치 영향력이 생긴다는 생각을 바뀌어야 한다. 청년들은 기세대보다 경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이력서가 화려하지 않더라도, 청년 정치인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서동휘 : 기존의 통념처럼 우리나라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다들 정치에 관심이 많고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많이 없다. 청년 정치를 위한 공간이 지금보다도 많이 필요하다.

한재원 : 청년들이 정치를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많아져야 하고, 동시에 청년들이 접근하기 쉬워져야 한다. 많은 청년에게 대중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정치 채널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정혜윤 : 정치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별도의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신입사원의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받고 있듯이,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한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각 정당이 청년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정치 경험을 쌓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김찬혁 :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저마다 ‘심판론’, ‘방탄론’을 내세우며 ‘복수의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주변 사람 중에서는 점차 양극화되는 정치권의 분위기로 인해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두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치 참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상호의 정치 성향을 비난하는 상황 자체가 먼저 사라져야 한다.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선 경력이 적은 청년 정치인도 환영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청년들은 말했다. 사진=안겸비 대학알리 기자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서동휘 : 청년 지원금, 청년 할당제로는 청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 청년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이미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청년 세대가 서로 화합할 수 있도록 정당 차원의 포럼이 마련돼야 한다.

한재원 : 지방에 있는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수도권 기업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도권 인재들이 지방에 있는 기업으로 취업할 때 주거 부분을 사업주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국가에서 주거 혜택을 보증금의 형태로 일부 지원해 주는 정책이 있다면 지방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증금은 추후 회수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국가 펀드를 조성해서 지방 기업에도 청년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정혜윤 : 요즈음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로봇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되고 있는데, 이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굉장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단순히 청년의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개념을 넘어, 기존의 직업이 소멸하는 사회가 됐을 때도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찬혁 : 과거 ‘재난지원금’ 정책이 청년들에게 좋아 보였을 수 있지만, 지원금 정책으로 인해 크게 불어난 국가 부채는 되려 청년들에게 굉장한 빚더미를 안겨준 셈이다. 진정으로 청년들을 위했다면 특히 어려운 분야, 지역의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분명한 것은 ‘현금 살포식’ 지원금 정책은 더 이상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권율 : 대학생, 취업준비생, 미혼자, 기혼자 등 ‘청년’의 범주는 굉장히 넓다. 청년들이 가장 공통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재산을 불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집을 사기 어려운 시대다. 청년들의 재산과 소득이 유의미하게 증가할 수 있도록 부동산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또 국민연금의 고갈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청년 세대가 희생되지 않도록 고갈 이전에 대대적인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화림, 이석재, 황지윤 대학생 독립언론 ‘대학알리’ 기자 hwalimshin@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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