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든다, 이 풋풋함에…‘선재 업고 튀어’ [주말뭐봄]

스며든다, 이 풋풋함에…‘선재 업고 튀어’ [주말뭐봄]

기사승인 2024-04-13 06:00:12
볼 것은 많고 시간은 짧은 주말입니다. OTT를 볼지 영화관으로 향할지 고민인 당신, 어서 오세요. 무얼 볼지 고민할 시간을 아껴드릴 테니까요. 쿠키뉴스가 [주말뭐봄] 코너에서 당신의 주말을 함께 할 콘텐츠를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주>

tvN ‘선재 업고 튀어’ 방송화면 캡처
‘선재 업고 튀어’ 방송화면 캡처

솔(김혜윤)의 어느 하루는 참 이상했다. 휴대전화를 떨구자마자 액정이 깨지질 않나, 버스카드를 찍다 콘서트 표를 잃어버리질 않나… 지금 당장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 회사는 휠체어를 탄 솔을 보자마자 난색을 표한다. 설상가상 그가 탄 전동휠체어는 한강 다리 위에서 방전된다. 망연자실하던 솔에게 나타난 건 그에게 살 이유를 줬던 ‘최애’, 인기 아이돌 선재(변우석). 참으로 운수 좋던 그날은 선재의 비보로 막 내린다. 충격에 빠지기도 잠시, 솔은 갑작스럽게 자신과 선재가 나란히 고3이던 2008년으로 돌아간다. 최애의 죽음을 막기 위해, 솔은 말짱해진 두 다리로 내달린다.

‘선재 업고 튀어’ 어땠어?

회귀물로 ‘응답하라 2008’을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 시절 감성을 극대화한 캐릭터와 연출, 전개가 어우러지자 시너지가 커진다. 시간을 거스르는 설정 특유의 가슴 뭉클해지는 대목도 있다. 솔이 치매를 앓기 전 할머니와 다시 마주할 땐 눈물이 찔끔 난다. 되돌아가길 바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반신 마비 사고와 최애의 죽음 등 피하고 싶은 일이 많은 솔에겐 지금 이 기회가 더욱 절실하다. tvN ‘선재 업고 튀어’는 현재를 바로잡고자 하는 타임 슬립 설정의 기본 정서에 최애를 향한 순수한 애정, 당시 유행을 적절히 녹여 발랄한 청춘물로 탄생시켰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특별 출연한 소녀시대 유리와 카라 한승연, 수영선수 박태환은 등장만으로도 작품 속 시간선이 2008년이란 걸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당시 유행하던 빙수 프랜차이즈와 미니홈피를 비롯해 윤하의 ‘우산’, 브라운 아이즈 ‘점점’, 러브홀릭 ‘러브홀릭’, 김형중 ‘그랬나봐’ 등 당대 인기곡이 극 중 상황에 어우러져 보는 맛을 더한다. ‘인소’(인터넷 소설) 감성도 건든다. 2008년을 겪었던 이들에겐 공감과 향수를, 그 시절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과거를 엿보게 하는 재미를 준다. 파릇파릇한 로맨스를 그려내는 배우들의 합도 뛰어나다. 솔을 중심으로 선재와 태성(송건희)이 얽히는 관계가 주목할 만한 요소다. 최애를 지키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애쓰는 솔과 그런 솔을 남몰래 좋아하던 선재, 솔에게 점차 호기심이 생기는 태성까지. 세 청춘이 그리는 수채화 같은 풋사랑의 향방이 더욱더 궁금해진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솔 역을 연기하는 김혜윤의 모습. tvN

주목! 이 배우

배우 김혜윤이 이번에도 딱 맞는 옷을 입었다.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청춘물에서 그는 극이 들뜨지 않게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하반신 마비 사고를 겪고 비관적이던 과거와 아이돌 팬 활동에 열성적이던 현재, 갑작스럽게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모습까지 세 가지 시기를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한다. 장면마다 감정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울컥함, 뭉클함은 물론 절박함, 설렘, 엉뚱함, 풋풋함까지 자아낼 정도로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상대방의 연기에도 차지게 반응해주니 다른 배우들의 매력까지도 절로 살아난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은단오가 그리웠다면 ‘선재 업고 튀어’ 솔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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