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 은행들이 해외여행 특화 금융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 토스에 이어 KB국민은행도 무료 환전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여행 특화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출시로 해외 체크카드 경쟁에 합류했다. 이번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 조건과 한도 제한 없는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 △전월 실적 조건과 한도 제한 없는 해외 이용 환율 우대 100%(USD기준) △전 세계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연 2회)가 특징이다.
국민은행의 합류로 ‘트래블카드’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현재 트래블카드 부문 부동의 1위는 하나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해외결제 특화 체크카드 ‘트래블로그’는 2022년 7월 출시 이후 2월 기준 가입자 수 400만명을 넘어섰다. 2023년 1월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14개월 연속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33.89%다.
특히 트래블로그는 가장 많은 환종인 전 세계 41종의 통화에 대해 100% 환율 우대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8일부터 트래블로그의 연결 계좌가 모든 은행으로 확대됐다. 타 은행들의 트래블카드는 각 은행만 연동된다는 점에서 트래블로그는 차별점을 확보했다.
하나은행 다음의 트래블카드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26.36%)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해외이용 시 부족한 환전 금액을 연결된 원화계좌에서 자동 인출해 환전 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특징이다. 여기에 쏠트래블 체크카드는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상·하반기 각 1회) △일본 3대 편의점 5% 할인 △미국 스타벅스 5% 할인 서비스 등의 기능도 갖췄다.
다른 은행들도 해외여행에 특화된 환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와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내로 외화 서비스 출시 계획을 갖고 있으며 NH농협은행도 하반기 트래블카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환전 고객을 잡기 위해 재환전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 곳도 있다. 토스뱅크의 ‘환전통장’은 지난 1월 출시 이후 3개월만에 100만 계좌를 넘어섰다. 외화를 원화로 되팔 때 보통 1%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다른 은행과 달리 토스뱅크는 재환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은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서 트래블카드 출시나 환전 수수료 면제에 적극적인 이유는 ‘고객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다.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 추세이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며 무료 환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몫한다.
여기에 의외로 환전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은행들에게는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트래블로그를 통해 4대 시중은행 중 환전 수수료 무료를 가장 먼저 내세웠던 하나은행의 외환 수수료 수익은 출시 년도인 2022년 2631억4800만원에서 지난해 2484억94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비용도 543억9400만원에서 577억8900만원으로 늘어 외환 수수료로 벌어들인 순이익은 2087억5400만원에서 1907억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같은기간 트래블카드를 출시하지 않았던 신한은행 또한 2022년 1684억1900만원에서 지난해 1457억700만원으로 환전수수료 순이익이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트래블카드들은 상품 특성상 환율, 수수료 우대 등으로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지만 생각보다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원수 확보와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 워낙 금융소비자들의 수요가 큰 만큼 이에 맞춰 금융사들이 트래블카드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올해 내로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우리, 농협은행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예고한 만큼 당분간 해외결제 카드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