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갈등부터 뉴진스까지…민희진 밝힌 내분史

하이브와 갈등부터 뉴진스까지…민희진 밝힌 내분史

기사승인 2024-04-25 19:34:39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하이브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하고자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을 빚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입을 열었다. 민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배임 행위는 하이브가 먼저 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민 대표는 하이브의 여론전을 비판하며 “내부 고발을 했더니 그에 관한 답 없이 감사에 돌입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하고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민 대표 주도로 관련 계획이 세워졌다는 물증을 확보한 만큼 어도어 핵심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한다고도 알렸다. 민 대표는 이 같은 하이브의 모든 주장을 “허위사실”로 못 박았다. 민 대표는 이날 2시간가량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하이브 CEO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민 대표의 주장을 주요 쟁점들로 나눠 정리해 봤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경영권 탈취는 완벽한 허위… 배임 고발은 희대의 촌극”

민 대표는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라는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앞서 하이브가 공개한 ‘프로젝트 1945’, ‘하이브의 죄악’ 등 문건에 관해서는 “메모하기 좋아하는 부대표가 개인적으로 적은 걸 PC 포렌식을 거쳐 일부만 따온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 모든 것을 “희대의 촌극”이라고 표현한 민 대표는 “박 대표와 반말하며 친하게 지낸 사이였던 만큼 편하게 나눈 대화가 문맥 없이 편견을 조장하기 위해 쓰였다”고 강하게 말했다.

BTS가 자신을 베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진 대화 역시 해명했다. 민 대표는 “내가 너무 잘난 척해서 모든 걸 다 자신을 베꼈다 한다는 프레임을 씌운다”면서 “난 직장인이고 월급사장일 뿐 경영권 찬탈을 계획·의도·실행한 적도 없다”고 역설했다. 하이브가 주장한 무당 주술에 경영을 의존했다는 의혹에는 “하도 답답해서 정신과 대신 무속인 지인에게 하소연을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엔터 업계 30년 역사상 2년 만에 이런 실적을 낸 사람은 없었다”며 “실적 잘 내고 주주에게 도움 되는 계열사 사장을 찍어 누르려는 하이브의 행위가 오히려 배임이다. 난 일을 잘한 죄밖에 없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배달 음식에 소모한 야근 식대뿐”이라고 호소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뉴진스 데뷔 과정부터 잡음… 하이브와 갈등 털어놔

하이브 합류부터 뉴진스 데뷔까지의 과정도 소상히 밝혔다. 민 대표가 입사할 땐 쏘스뮤직을 사들이기 전이었다고 한다. 빅히트뮤직 소속 CBO(Chief Brand Officer)로 입사한 그는 입사 당시 방 의장과 우호적인 사이였다. 이날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원하는 건 뭐든 마음껏 말해 달라’, ‘SM 잊고 민희진 월드를 건설하라’, ‘에스파 밟을 수 있겠냐’ 등 방 의장의 격려가 담겨 있었다. 민 대표에 따르면 방 의장은 BTS로 쌓은 빅히트 인프라와 민 대표의 역량을 더해 걸그룹을 내자고 제안했다. BTS의 여성 팬이 많은 만큼 걸그룹을 내면 질투심 등으로 힘들어질 수 있으니 쏘스뮤직을 사들여 걸그룹 레이블을 만들겠다는 말도 했다. 다만 빌리 아일리시를 이상향으로 둔 방 의장과 민 대표는 지향점이 달랐다. 결국 쏘스뮤직 기존 연습생 중 민지만을 선발한 민 대표는 ‘하이브 1호 걸그룹’를 내세운 오디션을 거쳐 하니를 선발했다. 이후 캐스팅을 거쳐 다니엘과 해린을 뽑고 마지막으로 혜인을 영입했다. 민 대표는 당초 ‘하입보이’, ‘어텐션’ 등 곡을 수급하며 걸그룹을 준비했으나 방 의장이 이를 탐탁지 않아 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갈등이 심화한 건 2019년 6~7월경 하이브로부터 르세라핌을 뉴진스보다 먼저 데뷔시키겠다는 통보를 들은 뒤부터다. 민 대표는 “하이브에게 지분 100%를 할당하지 않으면 뉴진스 멤버들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해서 이 제안도 수락했다”며 “방시혁의 지원 덕에 편히 그룹을 만들거나 한 게 아니”라고 호소했다. 이후 뉴진스 홍보 과정에서도 르세라핌과 뉴진스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민희진 걸그룹’으로 보이게끔 하자는 외압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내가 돈을 원했다면 내부고발을 하지 않았다. 가만히만 있어도 1000억이 생기는데 왜 하겠냐”며 “아일릿까지 뉴진스를 따라 하는 것을 보고 날 말려죽이겠다는 생각에 내부고발까지 다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대표 자리 관심 無, 뉴진스와 일하고 싶을 뿐”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진정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솔로몬 우화를 언급하며 “하이브가 뉴진스를 아낀다면 당장 26일에 콘텐츠 공개를 앞두고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뉴진스 가족 역시 하이브에게 줄곧 불만을 토로했다고. 이들 부모에게 박 대표는 ‘뉴진스 언급 없이 우리는 민희진만 언급하겠다’, ‘우린 뉴진스를 너무 생각한다’는 식의 답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이야기를 이어가던 민 대표는 “하이브와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뉴진스만 생각하면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면서 “하이브가 반성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 어느 회사든 경영권에 관심 없고 대표가 아니어도 된다. 뉴진스와 일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프티피프티 사건과 비교되는 것에 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민 대표는 “그런 선례가 있는데 일을 벌일 만큼 멍청하진 않다”면서 “방시혁과 박지원이 대화만 제안했어도 내부고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민 대표와 동석한 이수균·이숙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민 대표는 경영권 탈취 시도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모의 역시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에 관해 하이브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다”면서 “모든 주장을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냈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부대표 A씨를 이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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