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21대 연금개혁안 ‘물거품’…여야는 정치 공방만

이대로면 21대 연금개혁안 ‘물거품’…여야는 정치 공방만

기사승인 2024-05-01 06:05:02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17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한 달여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는데,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서의 연금개혁 통과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2대 국회로 공 넘기나…“재논의는 국비 낭비” 비판도

국회는 30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4시간여 동안 연금개혁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이날 회의에선 그간 논의된 연금개혁안이 사실상 백지 상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다음달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위 위원들은 이번 국회 회기 내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은 “22대 국회로 넘긴다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똑같은 과정을 다시 거치는 건 국비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로, (21대 국회) 임기를 이유로 미뤄선 안 된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과제”라며 “연금특위를 5월 내내 열어서라도 연금개혁 합의를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젠 국회의 시간”이라며 “(공론화 결과를 통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했으니 이제 판단과 결정은 국회가 해야 한다. 이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개혁 의지와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회기 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주 위원장은 “국민연금과 관련된 여러 현안과 쟁점들은 그간 충분히 논의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특위의 결정”이라며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다음 연금특위 회의는 역사적인 연금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현장이 되기를 강력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선 연금특위에서 법안을 마련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쿠키뉴스에 “21대 국회 내 통과를 위해선 여야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연금개혁안에 합의하고, 개혁안 실행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 특위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후 법사위 및 본회의에서 통과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정부는 여야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해 통과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호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野 “미래세대 부담” vs 與 “시민 선택 존중해야”

그러나 두 가지로 좁혀진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이번 회기 내 합의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시민들이 ‘소득보장’을 강조한 1안을 선택한 가운데 야당은 공론화 결과를 받들어 소득대체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당초 개혁 목표인 ‘재정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앞서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492명의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연금개혁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시민 56%는 소득보장을 더 강조한 1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을 택했다. 재정안정에 중점을 둔 2안은 42.6%(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에 그쳤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모수개혁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연금개혁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기금 소진’ 논란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회의에서 발표한 재정추계 결과, 1안의 기금 소진 시점은 2061년으로 현행 대비 6년 연장되지만, 기금 소진 이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필요 보험료율은 2078년 43.2%에 달할 전망이다. 누적 수지 적자 규모도 현행 대비 104조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반면 2안의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62년, 필요 보험료율은 2078년 35.1%다. 누적 수지 적자 규모는 현행 대비 4598조원 감소한다. 

야당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우선 공론화 결과를 존중해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최종 결과에 대해 정부가 존중하는 입장을 보여 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숙의 과정에서 참여 초기보다 소득보장안에 대한 의견이 높아졌다”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해졌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점을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태어난 국민들은 40살이 되면 자기 소득의 43%를 내야 한다. 10세 이하 국민들 의견도 반영이 돼야 하는데 고려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도 “미래세대의 의견을 국회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2안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현재 제도로는 2055년에 기금이 고갈이 되기 때문에 연금개혁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런데 1안은 현재보다 재정이 더 어려워진다. (재정) 안정을 위해 개혁을 한 건데 도리어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1안은 지속가능한 안이 아니라고 보냐는 질의에 이 차관은 “그렇다”면서 “2안도 (지속가능성은) 미진하다. 소득대체율을 40%로 하려면 19.8%의 보험료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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