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여야의 첫 협치 성과물이 나왔다. 여야는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제정에 실패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을 수정처리하는데 1일 합의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특별법을 수정 처리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특별법은 핼러윈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마련된 법안이다. 앞서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태원 특별법은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협치 복원을 위해 마련한 영수회담에서 의제로 재등장했다. 이 대표는 29일 윤 대통령을 만나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당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 거부권 행사에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며,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59명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화답했다.
영수회담으로 협치 구도가 형성되면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는 협의 끝에 특조위의 직권 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을 삭제하고, 활동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3개월 안에서 연장할 수 있게 합의했다. 특조위 구성은 여야가 4명씩 위원을 추천하고, 위원장은 협의를 거쳐 선정하기로 했다.
협치 복원 첫 성과, 유족도 환영
대통령실은 여야가 이태원 특별법 처리에 합의한 직후 “여야 간 협치와 정치의 복원 첫 성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김수경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여야가 이태원 특별법에 합의를 이룬 데 대해 환영한다”며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을 통해 여야 간 협치와 정치의 복원이 시작됐는데 이번 합의는 그 구체적인 첫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산적한 국정 현안에 대해 여야가 신뢰에 기반한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루고 협치를 계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특별법의 처리를 촉구하던 유족들도 환영의 입장을 내놓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유가족의 바람대로 여야가 특별법 통과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며 “만시지탄이나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에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안에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설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조사위원 추천·구성, 특조위 설치와 운영 과정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역할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각 기관은 특조위의 자료 요청에 성실히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태원 특별법 수정안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