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3인방, 류현진(37)⋅양현종(36)⋅김광현(36)이 30대 중반임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며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나란히 프로 통산 200승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양현종은 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홈경기에서 9이닝 동안 102구를 던져 8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리그 첫 완투를 기록한 양현종은 2019년 9월11일 롯데 자이언츠전 9이닝 완봉승 이후 1694일 만에 완투승을 거뒀다. 개인 통산 14번째 완투(9완투승·5완투패)이기도 했다.
‘트로이카’ 중 하나인 류현진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류현진은 지난 4월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103구를 던져 7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리그 통산 100승째를 올렸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적응 문제로 고전했던 류현진은 시스템과 서서히 친해지면서 제 궤도를 찾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ABS에 살짝 벗어난 공이 나오면 인상을 찌푸렸지만, 여유를 찾은 지금은 오히려 미소를 보인다.
김광현 역시 ‘SSG 1선발’로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광현은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점 4.17(36.2이닝 17실점)을 기록했다. 국내파 기준 평균자책점 6위, 다승 공동 2위에 올랐다.
김광현은 SSG 내에서 유일하게 정규이닝을 소화하는 등 팀 투수진을 이끄는 중이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스탯티즈 기준) 1.35로 팀 내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김광현은 엘리아스, 더거 등 외인 투수들의 부진 속에도 홀로 제 역할을 다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 야구는 좌완 전성시대였다. 20대 초반 젊은 좌투수들이 팀 곳곳에 포진해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중 가장 돋보였던 건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었다.
동나이대 선수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뽐냈던 이들은 나란히 미국 땅도 밟았다.
먼저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류현진은 2019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MLB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활약을 인정받은 류현진은 2020시즌 4년 8000만달러(약 1080억원) 대형 FA 계약을 맺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하기도 했다. MLB 통산 성적은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코로나 시기에 MLB 무대를 누볐다. 김광현은 2020시즌 세인스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해 3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39이닝 7자책)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어 2021시즌엔 27경기(21선발)에 등판해 7승7패 평균자책점 3.46(106.2이닝 41자책)으로 팀 주축이 됐다.
양현종은 두 선수와 다르게 다소 힘들게 빅리거가 됐다. 2021시즌 몸값을 낮춰 텍사스 레인저스와 1년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양현종은 험난한 경쟁 끝에 MLB 마운드에 섰다. 비록 무승(3패)에 평균자책점 5.60(35.1이닝 22자책)으로 좋진 않았지만, 양현종에겐 늦은 나이에 MLB 꿈을 이뤘다는 점이 더 뜻깊었다.
아름다운 도전을 마친 김광현과 양현종은 2022시즌에 한국으로 복귀했다. 류현진이 올 시즌을 앞두고 전격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면서, ‘좌완 트로이카’는 12년 만에 KBO리그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아직도 KBO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 선수는 모두 각 팀에서 ‘에이스’로 평가받는다. 전성기에 비해 구위는 떨어졌으나 정교한 제구와 노련한 운영은 여전하다.
이 흐름이라면 이들 모두 프로 통산 200승도 가능할 수 있다. 2일까지 류현진은 한국 100승에 미국에서 챙긴 78승을 더해 총 178승을 거뒀다. 양현종은 KBO리그에서만 171승을 올렸다. 김광현 또한 KBO 161승·MLB 10승, 총 171승을 기록 중이다.
‘좌완 트로이카’가 야구팬들에게 선을 보인 지 17~18년이 지난 2024년, ‘류양김’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이들의 활약이 KBO리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